[심천칼럼] 끈질긴 투혼 유럽 벽 거침없이 넘는다
[심천칼럼] 끈질긴 투혼 유럽 벽 거침없이 넘는다
  • 관리자
  • 승인 2006.08.30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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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일 월드컵 우승후보 팀 중의 하나인 프랑스는 셌다. 6월 19일 라이프치히 첸트랄슈타디온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G조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 한국 팀은 고전했다.

 

이렇다 할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밀렸다. 후반 20여분이 지날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에 0:1로 뒤지고 있었고 아무리 대~한민국을 외쳐도 패색은 짙어만 갔다. 그래서 초반에 텔레비전을 끄고 잠이 든 사람도 많았다.


이 프랑스전을 앞두고 수원삼성의 차범근 감독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축구는 점수로 계산해서 승부를 가르는 피겨스케이트가 아니라 상대방 골대 안으로 공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라면서, ‘프랑스도 우리 팀이 얼마나 독한지 알 것’이라고 했다.

 

공을 다루는 기교가 다소 투박하고 피파(FIFA)랭킹에서 밀리기는 하지만 토고를 상대로 2:1로 역전승한 기세를 잇는다면 승부가 충분히 될 만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후반 한 순간부터 대등한 수준으로 프랑스를 압박하더니 그예 일을 냈다.

 

설기현이 오른쪽 옆줄을 따라 치고 나가 커다란 크로스를 올리고 이 공을 조재진이 머리로 떨궈주자 두 개의 심장을 지녔다는 박지성이 달려들어 그대로 건드려 골대 안으로 넣어 버렸다. 스위스도 넣지 못한 골을 넣은 것이다.

 

그래서 승리보다 값진 무승부라고 한다. 우리 골키퍼 이운재도 결정적인 슛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


모두가 질 것이라고 얕잡아본 예상을 여지없이 부숴버린 한국 팀. 박수를 보낸다. 우리 역사는 그랬다. 북쪽 오랑캐가 쳐들어왔을 때, 임진왜란 때 약했으나 이겨내거나 비겼다.

 

2002년에 4강에 오르고, 프로축구(K리그) 역사가 20년 이상 됐지만 아직 우리 축구는 개발도상국이나 다름이 없이 약하다.

 

신체구조상 동양인이 서양의 백인과 아프리카의 흑인보다 불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조건에서 월드컵 원정경기사상 첫승을 거두고, 우승후보인 프랑스와 비기는 게임을 해냈다.


아직도 16강 진출은 험란하다. 스위스가 토고를 2:0으로 이겼고, 프랑스가 토고를 이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오는 24일 스위스 전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스위스를 이겨줄 것이라고 믿는다. 예로부터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는 말이 있다. 시청 앞 광장을 비롯하여 전국의 거리에 모인 붉은악마와 세계 곳곳에 모여 응원하는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천지에 진동하니 스위스가 아니라 브라질이라도 깰 수 있다.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는 전쟁 욕망도 있다. 축구는 그 전쟁 욕망을 발산하는 장이기도 하다. 이번에 우리가 토고에 1승을 거두고 프랑스와 비긴 것이 그래서 값지고 의미 있다.

 

스위스를 꺽고 G조 1위로 16강에 올라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 열강이 각축하는 세계무대의 주역으로 당당히 나서서 다른 나라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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