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 대한민국 할아버지들 변해야 한다
[활기찬 노년생활] 대한민국 할아버지들 변해야 한다
  • 관리자
  • 승인 2006.08.31 00:1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위·호통은 no! 양보·배려정신 yes!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앞. 보훈병원(강동구 둔촌동 소재)을 방문하는 환자나 가족을 실어 나르기 위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들이 길게 서 있다.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 탔던 사람들이 하차를 하자, 기다렸던 사람들이 승차를 한다.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은 거의 60, 70세가 넘은 할아버지들이다. 간간이 배우자인 듯싶은 할머니와 며느리나 아들인 듯싶은 젊은 층들이 눈에 띈다.


뒷자리까지 좌석이 다 차자 운전기사가 버스에 오르려는 할아버지들을 제지하며 다음 버스를 이용할 것을 부탁한다. 그러자 한 할아버지가 막무가내로 자신은 버스를 타야한다고 출입구에 올라선다.

 

통로에 서서 이리저리 눈길을 휘두르며 자리를 찾자, 앞자리에 앉았던 젊은이가 불편한 몸짓으로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하고 잠깐 서 있다가 자신은 버스에서 내린다. 할아버지는 “내가 국가 유공자인데…”하며 당연하다는 태도로 앉고 버스는 출발을 한다.


뒷자리에 앉은 30대 중반의 여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저런 할아버지들 때문에 노인 전체가 욕을 먹어요”라고 한다.


남편이 군인인데 부대 내에서 사고로 전역했다는 그녀는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약을 받기위해 자주 보훈병원을 방문한다며 입을 뗐다.


“셔틀버스가 10분에 한 대씩 오면 자주 오는 편 아니에요  그런데 할아버지들이 서로 먼저 타겠다고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처음엔 정원초과가 되어도 운전기사가 할아버지들을 태웠어요. 그런데 버스가 조금이라도 급정거를 해 앞으로 쏠리거나, 뒤로 밀리면 서 있는 할아버지들이 ‘나 죽는다’고 아우성이에요. 바로 사무실에 올라가 항의를 하는 바람에 운전기사가 몇 달 붙어있지 못하고 바로 갈려요.”


병원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릴 때도 질서 있게 차례차례 내리지를 못하고, 먼저 내리겠다고 차가 멈추기도 전에 통로 앞으로 나가 있기가 태반이라고. 또 정거를 할 때 뒤로 쏠려 몸이 균형을 잃게 되면 바로 운전기사에게 호통을 치고 사무실로 달려가서 ‘당장 기사 바꿔 달라’고 소리를 친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두르는 할아버지들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가 하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는 것. 병원에 오는 것 외에는 특별히 바쁘게 처리할 일이 없고 시간이 넉넉한 편인데도 양보란 것이 전혀 없고 몹시 서두르는 인상이 강하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유공자라는 걸 그렇게 강조할 수가 없어요. 걸핏하면 ‘내가 월남전 참전 용사인데…’ 하거나 ‘내가 없었으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 ‘내가 누구 때문에 몸이 불편해 졌는데’ ‘니들이 잘 사는 건 나 때문이야’라는 말들을 거침없이 하세요. 그 분들의 공로는 대단하지요. 하지만 듣기 좋은 말도 한 두 번이지 입에 달고 살면 존경하려는 마음도 사라지게 돼요.”


집밖에 나와서도 그렇게 고압적인데 집안에서는 오죽하겠냐며 그녀는 버스를 오가며 이런 유형의 시아버지들을 모시는 며느리들이 털어놓는 고충을 한 두 번 들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모든 할아버지들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그러나 일부 자신만 아는 할아버지들을 보면 몹시 마음이 언짢아진다고 한다.

 

젊은 시절 버릇 버리지 못한 시아버지 때문에 괴로워


“저희 집은 경로당이에요. 아버님이 툭하면 친구 분들을 모시고 집으로 와요. 비좁은 아파트에서 아버님 친구분들이 거실을 차지하면 저나 아이들은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해요.

 

‘술상 봐 와라’ ‘안주 떨어졌다’ 하면 음식 만들어 드려야지요. 그것까지는 참겠는데 술에 취하시면 화장실 변기가 아닌 바닥이나 뚜껑 등에 소변을 보셔서 그분들 돌아가신 후 집 청소하는 것도 작은 일이 아니에요.”


시어머니 작고 후 1년 전부터 혼자 된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Y모 주부는 한숨밖에 안 나온다. 자신은 빠듯한 살림에 아이들 사교육비라도 보태려고 집에 있어도 놀지 않고 인형 눈알 다는 일을 비롯해 온갖 부업거리를 끌어들여 일을 하는데 시아버지는 계속 철없는 짓만 한다는 것.

 

시아버지의 술상 차리는 데만 하루 2만원 꼴의 돈이 들어간다. 아이들 사교육비에 보태기는커녕 한 달 내내 부업으로 번 돈 모두가 시아버지 뒷바라지에 들어가고 어떤 달에는 보태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고.

 

싫은 내색을 하면 “부모 공경하는 게 당연하지,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하며, “이렇게 가면 세상 말세”라고 버럭 역정을 내시니 더 이상 어쩌지도 못한다고 한다. 시어머니 같으면 같은 여자끼리 어떻게 타협이라도 해보겠는데 시아버지와는 어디서부터 타협의 실마리를 풀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한다.


올해 여든 다섯 된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S모 주부의 경우도 비슷한 처지.


“저희 가계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어요. 시어머니가 혼인한 시절부터 일흔 여섯에 돌아가시기까지 시아버지에게 찬밥 한번을 주지 않으셨다고 해요.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남편 수발을 들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셨으면 그걸로 끝나야 하는데 그 전설이 제게 대물림된 거예요. 저도 예순이 넘어 이제는 좀 편해질 나이가 됐잖아요. 그런데 시아버지 때문에 친구 한번을 편하게 못 만나요. 보온밥솥의 밥을 싫어하셔서 매번 더운 밥해서 식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이에요.”


남편한테도 그렇게 안 했는데 뒤늦게 시아버지를 모시며 안 하던 시집살이를 해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라는 것. 말끝에 S주부는 “여자 노인네라면 눈치가 있을 텐데 남자 노인네라 한평생 떠받듦을 받고 살아, 주변사람들 힘든 것은 전혀 눈치를 못 챈다”고 했다.

 

특권층 대우 원하나, 며느리는 무수리 되기 싫어


시부모를 모시는 며느리들 사이에 불문율처럼 회자되는 말이 있다. 노인 모시는 것이 달갑지 않지만, 그래도 모신다면 시아버지보다 시어머니가 낫다는 것이다.


왜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이유를 들춰보면 시아버지는 남편이 갖고 있는 구세대적인 잔재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

 

남존여비 사상과 권위주의가 강한 세대인데다, 나이가 들면서 나만 아는 유아적인 기질도 강해져 며느리들이 수발을 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한 마디로 특권층 대우를 받으려는 성향이 강해 무수리를 탈피하고픈 며느리들을 여지없이 무수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 세대들은 남녀의 역할 구분이 없어져 남자가 집에서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분리수거해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일들이 특별하지 않다.

 

남녀가 함께 살면서 일상적으로 분담해야 하는 일로 여기고 있는데 60, 70대에 이른 시아버지세대들은 그런 의식이 없다는 것.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인 것처럼 알고 산 세대라, 혼자서는 간단한 밥이나 찌개도 잘 끓일 줄 모른다.

 

시장 보는 것을 도와주고 세탁기를 돌려주기는커녕 잠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도 정리하지 않고 방 한번 쓸고 닦지를 않는다.


여성들은 시대가 변하며 겨우 무수리 신분을 탈피했는데, 시아버지의 존재는 여성들을 다시 무수리로 격하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가사부담을 가중시키는데다 입맛마저 까다로워 반찬 타박도 심하다. 그러니 며느리들의 시선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시어머니는 말없이 받아주었을지 몰라도 며느리 세대에서는 말없이 받아주기엔 불만이 크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의 저자이며 ‘고 여사의 실버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고광애씨는 늙어서 사는 데에는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훨씬 불리하다고 한다. 첫째, 할아버지들은 노후에 와서 지금까지 활동해 왔던 생활터전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간 삶의 터전이었던 일터, 즉 사회에서 가정으로 터전이 옮겨지는데 여기서 저기로 옮겨진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불리한 요건이 된다는 것.

 

특히 지금의 60, 70대들은 새벽종이 울리면서 밤늦도록까지 일만 하던 세대로 남성의 역할과 여성의 역할이 딱 둘로 갈라져 남자는 바깥 일만 하고 여자는 집안에서 살림하고 애들을 키우는 식이었다. 그런데 늙어서 힘이 빠지고 주머니 사정도 예전 같지 못한 상황에서 집으로 옮겨와 보니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거기다가 나이가 들면 생리적으로도 남성성이 수그러들고 여성성이 두드러져 ‘좁쌀영감’이 되어가고 변화 능력도 여성에 비해 월등히 떨어져 이래저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을 분가시키는 문제에 있어서도 많은 할아버지들은 보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한술 더 떠 옛날처럼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살기’를 바라는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남성들의 노후는 여성들의 노후에 비해 훨씬 견뎌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고광애씨는 “젊은 시절 아내 혼자 꾸리다시피 했던 가정에 이제라도 자신의 역할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고, 가장이나 남편으로서의 권위의식을 버리고 일생동안 해오던 명령과 지시의 습관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어 “아내와 자식들이 앉아있는 낮은 자리로 내려와 함께 어울리며 음식을 하는 아내나 며느리의 일을 돕는 자상한 시아버지 상을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옥경 프리랜서

 

 

노인문제 전문가 유 경씨가 말하는 노년의 유형 10가지


1. 열혈청년형 : 나는 늙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나 다른 이에게 계속 강조하며 하던 일에서 절대 물러나려 하지 않는 유형.


2. 무감각형 : 살아 온 날들이 워낙 신산스러워 아무런 희망도 의욕도 없는 유형.


3. 산타클로스형 : 자신의 돈, 시간, 정성, 재능, 마음을 주위에 골고루 나눠주는 유형. 자원봉사를 많이 한다.


4. 조로(早老)형 : ‘어차피 늙어갈 인생, 별 거 있겠냐’며 지레짐작으로 노년을 앞당겨 맞아들이는 유형. 남은 인생에 대한 계획도 청사진도 있을 리 없다.


5. 응석형 : 자녀, 친구, 주위사람에게 끊임없이 어리광을 피우며 자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유형.


6. 밑빠진독형 : 돈 욕심, 자식 욕심이 너무 강해 ‘고생해서 키웠으면 이 정도는 받아야지’ 하며 욕심을 못 버리는 유형.


7. 겨울나무형 : 군살도 욕심도 없이 마음을 비우며, 누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깨끗하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유형.


8. 내마음대로형 : ‘나를 따르라’형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돈 있고 힘 있는 노인들 가운데서 흔히 발견된다. 스스로가 대화의 기회를 차단해 외로움만 남는 경우가 많다.


9. 답답형 : 무슨 일이든 자기 방식밖에 모르며 늙음이 자격증이라고 생각하는 유형. 노년의 외로움은 따 놓은 당상이다.


10. 잘익은열매형 : 자신의 노화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유형. 잘 익은 열매를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남에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안으로 파고드는 성찰로 자기 내면을 성숙하게 만들어 주위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08-03-29 14:31:15
자식들한테도 짐이되지않게 스스로 설수 있어야하고 홀로 스는연습을 해야 합니다

친구룰 많이 사귀어서 친구와 여행도 가고 옛이야기도 하면서 또래끼리 지내는게 백번 행복한 삶이랍니다 린다할머니

2006-10-30 03:13:39
맞아요 정말 정신좀 바로 잡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