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자 (사)대한민국 사랑회장
김길자 (사)대한민국 사랑회장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8.26 18:24
  • 호수 18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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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인 '여필종부' 벗고 사회참여 나서야

 

2008년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68.1%가 여성이다. 노인 10명 중 7명이 여성인 셈이다.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 수치상으로만 따져본다면 ‘여성노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여성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녹녹치 않다. 대부분 일평생을 ‘여필종부’(女必從夫)의 관습에 사로잡혀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대한 어머니’의 품성으로 당당히 사회를 개혁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여성노인이 늘고 있다. 과거 개화기 ‘신여성’들이 구습을 타파하고 여성의 사회참여를 이끌었던 것처럼, 고령사회에서 여성노인의 사회참여를 당당히 주창하며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사람이 있다. (사)대한민국사랑회를 이끌며 대한민국 '건국절'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길자 회장을 만나 고령사회와 여성노인, 그리고 그의 삶과 철학, 비전을 들어봤다.


▲ 최근 (사)대한민국사랑회를 통해 대한민국 '건국절'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길자 회장.
Q. 여성노인의 역할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데.
A.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놀랄 만큼 활발해졌다. 이미 일부 분야에서는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남성보다 앞서는 곳도 있다. 그러나 노년층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다. 최근 각종 문화센터나 노인복지관 등에서 여성노인들의 참여가 활발하긴 하지만, 단지 취미와 여가에 국한됐을 뿐이다. 노인사회를 통합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모델은 전무한 상황이다.

전국 5만여개의 경로당에 여성 회장이 몇 명이나 되는가. 거의 없다. 남성 노인인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여성노인들이 과거의 ‘여필종부’의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조류에 발맞추지 못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면 후세대의 노인도 계속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고가 유연하고 감성이 풍부하다. 불합리한 점을 자각하면 신속하게 변화한다. 기존의 노인사회가 세대간 갈등을 통합하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따라서 여성노인들을 교육해야 한다.

지난 2006년 노인교육과 관련된 논문을 작성하면서 이 같은 상황을 자각하게 됐다. 의기투합한 몇몇 인사들과 함께 ‘아름다운 여성 60·100’을 창설하고 시도했다. 학술적인 토대는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가 역할을 맡고, 조직을 꾸리는 것은 전국간호사협회장을 지냈던 인사를 영입해 내가 주도적인 추진체를 구성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40년 역사를 가진 노인회 조직의 남성중심적 사고의 벽은 너무도 완고했다. 게다가 열정을 갖고 함께 추진했던 노인조직의 여성인사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 여성노인들의 패배의식이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였다. 큰 의미를 갖고 출발했던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큰 애정을 갖고 있다.

Q. 해외 입양아를 돕는 일도 적극적인데.
2003년 교회에서 기도를 하다가 귀를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불쌍히 여기라. 그것이 의이니라’라는 성경 구절이었다. 그때 마침 나는 ‘우리민족 서로돕기 국제연맹’ 행사에 관여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엄청난 수의 고아가 해외로 입양됐다.

그들은 교포사회에서도 융화되지 못하고, 입양된 국가에서도 정체성의 혼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언어와 사고방식이 달라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외모의 이질성 때문에 입양된 나라에서 현지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아이자 나그네인 셈이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 해 2000~3000명에 달하는 해외 입양아들이 한국을 찾는다. 그러나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성인이 돼 한국을 찾은 그들에게 우리는 철저한 무관심으로 응대했다.

나는 이들의 가족역할을 해주고 싶었다. 나에게는 결혼 후 12년만에 지은 아름다운 집이 있었다.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면서 한국문화와 말을 가르쳤다.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신청을 받아 가족 찾는 일에도 도움을 주도록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깊은 유대감을 가졌다. 스스로 ‘고울’(GOAL, global overseas adoptees league)이라는 친목단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향후 나는 많은 사업을 전개했지만,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사업은 없었다.

Q. ‘건국절’ 제정운동의 핵심을 맡으시게 된 계기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에 화가 나서 건국절 제정운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세계 어느 나라가 자국의 건국을 평가절하하고 무관심한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 애국을 논하고, 국민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서 광복한 것은 정말로 뜻 깊은 일이지만, 그것은 외세에 의한 것이었다. 반면, 건국은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이뤄냈다. 반만년 한국역사에 최초의 공화정체 시민민주주의 국가가 탄생한 것이다. 그 의미는 결코 광복절에 비해 덜하지 않다.

그 중심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었다. 해외에서 악전고투하며 독립운동을 펼치다 해방정국에 들어와 보니 조선 지식인들의 70% 이상이 공산주의사상에 빠져 있었고, 미군정은 사태 파악을 제대로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민족의 지도자로 자처한 김구는 스탈린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에 놀아나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었다.

이 때 자칫했으면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되는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런 혼란한 시기에 대한민국을 세운 건국의 주역이었다. 마땅히 이 땅의 국부로 추앙받아야 할 인물이다. 정권 후반부 ‘인의 장막’에 가려 제대로 민심을 읽지 못해 일말의 오점을 남기기도 했지만, 어떤 정치가의 공과(功過)가 한쪽에만 치우칠 수 있겠는가.

이후 역대 정권의 필요에 의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은 가려지고, 과(過)만 부각돼 이렇듯 초라한 모습으로 바뀌고 만 것이다. 지난해 건국절 제정운동이 일어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사)대한민국사랑회’(loverokorea.org)를 만들었다.

나도 기꺼이 회장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의미 복원은 노년층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대한민국 건국을 맞이한 세대고, 이승만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기억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Q. ‘문화강국’을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눈부셨다. 어느 나라도 달성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러나 정작 경제성장 이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갑자기 졸부가 된 사람을 경원하기는 해도 존경하지는 않듯이 우리가 일류국가로 나아가려면 경제규모에 맞는 문화를 일궈야 한다. 그리고 그 역할을 이제 여성들이 나눠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2년, 인천지역에 최초의 여대이자 기독교대학인 ‘경인여대’를 설립한 이유다. 얼마 전에는 ‘시 공원’을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국에 나가보면 고령의 여성노인이 신문 한 부를 바구니에 끼워 외출해 근처 공원에서 읽는 모습, 젊은이들이 공원에 한가로이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공원은 어떤가.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시민들이 공원에 앉아 책을 읽고 여유롭게 사색에 잠길 여유가 생길 때 창의성이 길러지고 21세기형 인재가 길러질 것이다.

거창하게 건물을 지어 웅장함을 보이자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이야 부지 지하에 단출하게 만들고, 공원에서 누구나 시 한편 읽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런 공원이 조성된다면 기꺼이 기증하고자 시집 1만4000권을 모아놓았다.

나는 50대까지 가정에서 충실히 아내의 역할을 수행했고, 52세에 이르러 대외적인 활동에 눈을 돌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여러 가지 일에 정력적으로 매달렸다. 그러나 그것에 비해 예전의 가정주부의 역할이 덜 중요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이 문화한국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여성의 사회참여와 양성평등만을 주장하는 여성주의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여성성과 남성성이 조화를 이루면서 각각의 성역할에 맞는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제 70대에 이르러 모든 사업에 최대치의 활동을 펼치는 시점이 됐다. 과거의 연륜과 경험은 사회생활에 좋은 자산이 된다. 사회 속에서 여성노년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이가 많다고, 여자라서 못한다는 말은 핑계다.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한국의 여성노인들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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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일 2010-08-11 08:38:41
있어야 나라가 중심이 바로서고 옳바른 국가관이 성립이 될것 같습니다.
그것을 바로 보아야 하는데 병든국민(?)이 너무나 많아 걱정입니다.
회장님의 애국적인 사회활동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한가지첨언할것은 의견을 보내는데 누구 아이디 비민번호를 요구합니까. 그래서 누구
의견을 보내겠읍니다. 외 개인의 비밀까지 요구를 하시는지 참 이상합니다)

도광일 2010-08-11 08:31:14
회장님의 애국적인 사회활동에 존경의 마음을 올림니다. 대한민국에 안타까운 일은
대한민국의 기반을 훌륭히 만드시고 또 경제 강국을 만들어 놓은 이승만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일부 나쁜부류 또는 좌파족들의 공산당수법으로 조직적으로
방해를 하여 두분의 동상을 세울수 없는것이 못난 나라 못난국민 또는 이렇게 해서
국민이 복을 받을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두분의 동상이 마음데로 세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