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이를 잊었어요”
“오늘은 나이를 잊었어요”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9.09 19:13
  • 호수 1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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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여명의 어르신 젊은이들과 하나 돼
▲ ‘제1회 나이 없는 날’ 축제에 참석한 강원도 횡성문화원 어르신들이 전통가락에 맞춰 아름다운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자, 컵 안에 우유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 우유를 신문지에 반쯤 쏟아볼까요? 자~ 수리수리 마수리 짠! 어때요? 하나도 안 젖었지요?”

서울 홍익대 앞. 마법사 복장을 한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이 오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고 마술쇼를 선보인다. 어르신이 우유를 쏟은 신문지를 펼쳐보이자 한 학생이 “와~ 신기하다” “어떻게 안 젖었지?” 등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마술에 성공한 어르신들이 인사를 하자 박수가 쏟아진다.

나이를 잊은 어르신들의 멋진 무대가 젊음의 거리 홍익대 앞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날 축제에는 58개 지방문화원 어르신문화학교 1800여명이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한 ‘제1회 나이 없는 날’ 축제를 즐겼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나이 없는 날 선언식’에 이어 원로가수 주현미씨와 신세대 가수 ‘포미닛’이 축제의 흥을 돋웠다.

오후 3시부터는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공연장과 행사장에서 어르신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시간이 마련됐다.

메인 공연장에서는 대구동구팔공문화원 어르신들이 아코디언 연주에 이어 전주문화원 명창들이 정통의 맥 잇기 공연을, 태안문화원이 마술공연을, 고창문화원이 민요를 선보였다.

객석에는 어르신뿐 아니라 청소년, 대학생, 주부, 외국인 등 모두가 하나가 돼 어우러졌다.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클럽에서 댄스·노래·연주 실력을 선보였다. 특히 동대문문화원 왕언니 클럽은 ‘갈매기 사랑’ ‘텔미’ 등의 댄스를 선보여 젊음을 과시했다. 또 의정부문화원 실버오브락 밴드가 ‘나는 열일곱살이예요’ ‘땡벌’ ‘무조건’ 등을, 20대부터 60대로 구성된 나이없는 락밴드 ‘잔다리 밴드’가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또 젊은 인디밴드와 함께 한 무대 위에서 대결도 펼쳤다.

이와 함께 클럽에서 노래자랑도 마련해 어르신들의 노래 솜씨와 댄스실력을 선보이는 자리도 가졌다.

홍익대 앞 지베, 오아이 등 카페의 감각적이고 특별한 이색문화공간을 체험하는 ‘이색카페 체험’을 비롯해 노래솜씨를 뽐낼 수 있는 ‘열정노래방’, 최신 유행 스타일로 갈아입은 ‘변신타임’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밖에 어르신들이 만든 공예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도 마련돼 호응을 얻었다.

엄태윤(강원 횡성·61)씨는 “나이를 잊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며 “이 같은 축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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