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중국인들은 5복을 갖춘 사람을 가장 행복한 사람의 표본으로 삼았다. 이 복은 첫째가 수(壽·오래 사는 것), 둘째가 부(富·재산이 많은 것), 셋째가 강녕(康寧·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 넷째가 유호덕(攸好德·사람이 덕이 있어 많은 사람을 너그러이 대하는 것), 그리고 고정명(考終命·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통 없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오래 사는 것을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여하튼 오래 살고 봐야 다른 복도 누릴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치아가 좋은 것도 5복 중의 하나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정통 5복의 하나가 아니라 속설로 규정한 것이다.
이가 나쁘면 잘 씹을 수가 없고, 잘 씹지 못하면 위장이 고장나고 위장이 나빠지면 내장기관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면 5복의 반대는 무엇일까
수(壽)의 반대는 요절(夭折)로 젊었을 때 사망하는 것이고, 부(富)의 상대적 개념은 빈(貧)이요, 강녕(康寧)과 멀리 있는 말은 허약일 것이다. 유호덕(攸好德)과 가장 떨어진 단어는 이런 말이 적합할지 모르지만 악독(惡毒)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고종명(考終命)의 역(逆)은 횡사, 객사, 사고사 일 것이다.
또 맹자(孟子)는 「인생 3락」에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것, 부모·친지·형제들이 강녕한 것, 훌륭한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을 즐거움(樂)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어당(林語堂)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말하고 있는데 사는 집이 있을 것, 음식이 충분히 있을 것, 치장할 수 있는 옷이 있을 것, 배우자가 있을 것, 그리고 건강을 말하고 있다. 이 다섯 가지를 충족시킨 후에야 행복을 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들이 누려야 할 다섯 가지 복은 무엇일까.
첫째는 건강(健康)이다. 건강이 무너지면 명예도 재산도 의미가 없다.
둘째는 재산(財産)이다. 노인도 돈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배우자(配偶者)가 있어야 한다. 자식이 아무리 효자라 해도 악처가 낫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넷째는 친구(親舊)이다. 친구도 존댓말 주고받는 고매한 친구가 아니라 막말도 하고 심지어는 욕도 할 수 있는 막역한 친구가 있어야 한다.
다섯째는 일(事)이다. 일이 있는 노인은 장수하고 일이 있는 노인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다.
그러나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노인이 위의 다섯 가지 복(5복)을 누리고 있다 할지라도, 또 중국인의 5복을 다 지니고 있다 해도 본인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될 때 진정한 행복이 있다.
즉 행복은 객관적 요소도 충족되어야 하겠지만, 주관적으로 행복을 향유 할 수 있는 긍정적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산 넘어 남쪽에 행복이 있다기에 남으로, 남으로 갔다가 행복이 없어 울면서 되돌아 왔다’는 칼붓세의 시(詩) 구절은 행복이 특정지역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알렉산더 대왕과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대화 중 “당신 소원이 뭐요”라는 대왕의 질문에, “당신 때문에 내 몸에 그림자가 졌소. 비켜주시오. 그게 내 소원이요”라고 담담히 말하는 노 철학자.
아마도 디오게네스의 시각에서 본 알렉산더는 불쌍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무소유의 소유를 외치면서 창공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새와 같이 종횡무진으로 살며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허무의 관점으로 파악했을 것이고 권력과 군사와 부를 지키기 위해 고심하던 알렉산더를 일장춘몽의 한순간으로 간주했는지도 모른다.
노인의 5복은 노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조건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하고, 모든 국민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노인과 온 국민이 행복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가시적이고 시위적인 것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또 휴전선 155마일이 남북한 군인이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긴장의 선이 아니라 남북한 행복의 경쟁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 값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고 가정할 때 노인의 5복도 그 가치가 의미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