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도전하는 '학구파' 어르신들
검정고시 도전하는 '학구파' 어르신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9.16 11:29
  • 호수 1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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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 20여명 도전
▲ 60~70세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초등 및 중등과정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초등 및 중등과정 검정고시반 졸업생들의 모습.
한연단(69·서울 중랑구)씨는 60여년 전 “여자는 많이 배우면 못 쓴다”는 부모님 뜻에 따라 공부를 포기했다. 결혼을 해 자녀를 키우고, 손자 손녀 뒷바라지까지 해왔지만 늘 마음속 한 자리에는 배우지 못한 설움이 남아 있었다.

한씨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2년 전, 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에서 초등학교 검정고시 반을 들어가면서다. 노안으로 나빠진 눈 때문에 책을 보는 것도 쉽지 않지만 공부를 시작한 뒤 웃음을 되찾았다.

한씨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 가운데 열성 학생으로 꼽힌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매주 3차례 3시간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했다. 그 결과, 올 5월 초등 검정고시에 합격, 현재 내년 봄에 치러질 중등 검정고시에 도전한다.

한씨는 “나이가 들어 눈도 좋지 않고 배운 것도 금세 잊어 버린다”며 “하지만 내년 중등과정 검정고시에는 꼭 합격하고 싶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고등과정 검정고시에 이어 대학에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한씨 외에도 20여명의 어르신들이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02년부터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만해도 초등과정 검정고시 반만 운영하다 2007년 어르신들의 의견을 수렴해 중등과정을 개설했다.

어르신들은 뒤늦게 시작한 공부지만 열정만큼은 수험생 못지않다. 지난 4월, 5월에 실시한 초등 및 중등과정 국가 검정고시에 응시한 15명 가운데 9명이 합격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검정고시반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도덕 등 매주 월·수·금 하루 3시간씩 수업이 진행된다. 초등과정은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중등과정은 12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다.

검정고시반은 일반 수업과정 뿐 아니라 입학·졸업식 행사, 수학여행, 특별활동 등 정규 학교 못지않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수학여행을 떠나 소풍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또 풍선아트, 원예활동 등 특별활동의 묘미도 즐겼다.

한편,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은 서울시 거주 60세 이상 초등 및 중등과정 국가 검정고시에 도전할 어르신을 모집한다. 02-993-9900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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