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석 성원제강그룹 회장/현죽재단 이사장
서원석 성원제강그룹 회장/현죽재단 이사장
  • 관리자
  • 승인 2006.08.3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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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산다는 것 보다 남에게 베풀 수 있어 행복하다

부침을 거듭한 우리나라 철강업계에서 서원석 회장은 50여년을 흔들림이 없이 성원제강을 탄탄하게 키워온 업계 좌장격인 현직 경영인으로 통한다. 남에게 베푸는 경영인으로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서 회장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사회복지법인 ‘현죽재단’을 통해 전라북도 김제와 군산의 효행자 30명씩을 선정하여 시상하고 상금을 수여했다.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을 장려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서원석 회장을 만나보았다.


세계 제1의 부자인 빌게이츠는 앞으로 2~3년 안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자선사업에만 전념하겠다고 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인 미국인 워렌 버핏은 평소 자기 생애에 재산의 사회 기부는 없다고 했으나 최근에 마음을 바꿨다.

 

바꾼 정도가 아니라 경쟁자라면 경쟁자라 할 수 있고 경제계 후배라면 후배인 빌게이츠가 만든 ‘게이츠 재단’에 전 재산을 털어 넣겠다고 했다.

 

이들이 애써 번 돈을 이렇게 남을 돕는 데 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원제강그룹 서원석 회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 드는 생각이다.


북창동 성원제강 사옥 집무실에서 만나본 서 회장은 60대쯤으로 여겨질 만큼 강건했다.

 

회사 유니폼인 점퍼를 입고 있을 때는 정년을 앞둔 노직장인 같았으나 인터뷰를 위해 양복저고리를 입고 자리에 앉자 비로소 50년 이상 성원제강그룹을 알짜기업으로 경영해 온 정열과 경륜의 기업가로서의 풍모가 드러난다.

 

 머리칼을 정갈하게 빗어 뒤로 넘긴 해맑은 얼굴은 주름이 거의 없어 보인다. 젊은 사람처럼 서글서글한 눈빛에 판소리를 하면 딱 어울리겠다 싶은 걸걸한 목소리로 환대하는 모습이 참으로 젊고 활기차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80세 노인이라 하겠는가. 미리 얘기하자면 외모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아직 한창 젊은 사람 못지 않았다.


자녀교육 지침서를 낼 만큼 자녀교육에 일가견이 있고 관심이 큰 부인 이소윤 여사와의 사이에 5남매를 두었는데 하나같이 잘 키웠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 교수(경희대)가 서회장의 큰 딸이고, 건축가인 둘째딸 혜림씨는 하버드대 건축과 교수이며, 막내딸 혜주씨는 바이올리니스트다. 두 아들은 뉴욕대와 보스톤대에서 MBA를 마치고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무척 행복합니다. 국회의원이다 뭐다 하지만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귀신의 시샘이라도 받지 않을까 싶을 만큼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서 회장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 이만큼 누리고 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에요. 남에게 베풀고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거에요”라고 행복의 내용을 서둘러 알려준다.

 

거지에게 베푼 할머니보고 배워


서원석 회장이 남에게 베풀어 온 역사는 길다. 철이 없던 네다섯 살 때부터 할머니로부터 남에게 베푸는 법을 배웠다고 하니 70여년이 넘는다.

 

“보리밥 먹던 시절이지만 절에 다니던 할머니가 거지들 먹으라고 소쿠리에 밥을 담아 내놓곤 했어요. 그러고 나면 당신은 물만 마시며 한 일주일씩 굶으시는 거예요.”

 

자기 몫의 끼니를 거지가 대신 먹었으니 그만큼 굶어서 보충했다는 것이다. 어린 서 회장도 호기심을 가지고 해봤다고 한다. 거지가 내민 깡통에 자기 밥을 주고 할머니를 따라 며칠씩 단식을 했다. 그때 베푸는 법을 배워 오늘날까지 베푸는 것을 평생의 일로 삼고, 그래서 행복하니 이런 선순환(善循環)도 다시 없을 것 같다.


어려서 부자였는지 물어보았다. “없는 사람이 더 돕는 법이에요”라며 서 회장은 남에게 베푸는 철학을 이야기했다.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이 베푼다는 것이다. “곁에서 거지가 덜덜 떨며 손을 내밀면 구두닦이는 1000원을 내놓고 가도 공부 많이 하고 옷 잘 입은 사람은 절대 안 내 놓아요”라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돈을 쓸 데가 많기 때문에 남에게 베풀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초가집 지붕에 열린 호박 하나를 따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먹으며 좋아했을 정도로 없이 살았다.


베푸는 것은 부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데는 서 회장만이 가진 인생관이자 삶의 노하우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인색하게 사는 것이다.

 

“찢어진 옷이면 어떻습니까. 너덜거리는 지갑이면 아 어때요. 내 돈지갑 한 번 보겠소 ” 서 회장은 그러면서 현금을 넣어 다니는 지갑을 보여주었다. 지갑이라기보다 가죽 케이스였다. 만원권 10여 장과 5000원 권 몇 장, 1000원짜리가 반으로 접혀 있었다.


성원제강그룹 연간 매출액과 자산규모를 생각하면 지갑도 낡았지만 수중의 돈도 샐러리맨보다 풍족할 것 없이 검소하다. “양복, 와이셔츠, 넥타이, 양말 등 자기 자신에게 쓰는 데에 인색해야 남에게 베풀 수 있습니다”며 서 회장은 지갑을 제자리에 넣었다. 자신에게 인색한 이런 토대 위에서 성원제강 그룹은 성장했다.

 

자기 자신에게 인색해야 베풀 수 있어


이제야 성원제강 사옥을 본 감상을 기록하지만, 20층이 넘는 큰 빌딩임에도 외관이나 내부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최고 번화가 건물 치고는 후줄근한 편이다. 회장실 집무실도 소박하다.

 

서류가 수북하게 쌓인 책상이나 비품 집기도 서원석 회장이 차지하는 재계에서의 지위에 비하면 소박하다. 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상장, 상패, 훈 포장 액자들이 으리번쩍하고 성공한 기업인으로서의 위상을 짐작하게 해준다.


문어발식으로 회사를 확장하고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 점을 아쉬워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자칫 방만하게 경영하여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것보다 빚 없이 튼실하게 경영하는 것이 성원제강 그룹의 오늘이 있게 한 경영철학이다.

 

“젊은 친구들은 모험을 하려고 해요”라며 “수익증진이 된다면 나는 한발 두발 서서히 물러날 겁니다”라고 한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쉬고 싶고 앉고 싶지요”라면서도 아직 수익구조에 대한 노파심을 거두지 않는다. 아무래도 몇몇 2세 경영진들의 실패한 전례들이 가볍지 않은 것 같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대로 서 회장은 지금까지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왔다. 사실 지금까지 700여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들의 개안수술을 지원했고, 성북동 인왕산정경로당을 비롯하여 군산과 김제에 노인을 위한 시설을 지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1999년 설립한 ‘현죽재단’을 통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능률적으로 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서울 평창동 하림각에서 노인 1500여 명을 초대하여 경로잔치를 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젊게 사는 비결이 무엇인지 안 물어볼 수 없다. “365일 회사에 안 나오는 날이 없어요. 일요일도 교회 갔다 와서 회사에 나옵니다. 그래야 마음 편해요. 밑에 사람들한테 미안하지만 이건 내 일이니 할 수 없어요.”

 

젊어서 하도 힘들어 자살을 하려는 순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삶의 의욕을 갖게 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나, 80이 되는 지금까지 일선에서 일하는 것이 건강한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 술과 담배도 즐기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는 “그것 하나 끊지 못하는 사람한테 뭘 더 기대하겠습니까 ”라며 금연홍보대사를 자임한다. 식사는 소식을 한다. “밥을 먹는 모임이 있으면 될 수 있으면 마른 사람 옆에 가서 앉아요. 그래야 적게 먹게 되니까요”라며 소식하는 요령을 일러준다.


마무리를 하자. 서 회장의 부인 이소윤 여사가 쓴 자녀교육 지침서는 제목이 「코끼리가 연인이 될 때까지」다. 이 책에 빗대어 서원석 회장의 코끼리는 무엇인지 물어보자. 베푸는 것이 아닐까.  

 

박병로 대기자


※추후 서원석 회장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본지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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