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로 치매환자 급증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환자 급증
  • 장한형 기자
  • 승인 2009.09.18 14:15
  • 호수 1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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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관리시스템 절실
치매 실진료 환자수 7년 동안 연평균 25%씩 증가
진료환자 1인당 연간 건강보험 진료비 278만원
복지부 치매치료제 개발… 2차 임상시험계획 승인
질병관리본부, 치매 진단 및 치료 지침도 개발


9월 21일 제15회 ‘세계 치매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국내서도 치매환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2008년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8.4%, 환자수는 42만1387명(남성 16만3450명, 여성 25만7936명)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환자수도 2050년까지 20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즉, 2010년엔 약 47만명에 불과하지만 2030년 약 114만명, 2050년에는 213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 치매노인들의 자화상. 자신의 얼굴이 아닌 자식과 손자녀를 그린 경우가 많다.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급증해 치매 환자 1인당 월 47만원(연 564만원)이 조호(助護) 및 의료비로 지출되고 있으며, 국가 전체적으로는 연간 약 2조38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치매의 실진료 환자수는 2001년 2만9000명에서 2005년 6만5000명, 2008년 13만7000명으로 나타나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25%씩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80대 이상 연령층의 2008년 실진료환자수는 5만7000명으로 2001년의 7.5배에 달해 연평균 34%나 증가했다.

성별 실진료환자수는 2008년 기준 남성이 4만3000명이었고 여성은 9만4000명으로 나타나 여성이 남성보다 2.2배 많았고, 연령별로는 70대 이상 실진료환자가 11만2000명으로 전체 실진료환자의 81.4%를 차지했다. 50대 이하 실진료환자도 5000명 이상이었다.

시도별 실진료환자수는 2008년 기준 서울시 3만명, 경기도 3만명, 부산 1만1000명, 경남 1만명 등의 순이었다.

▲ 지난해 9월 21일 ‘제14회 세계치매의 날’을 즈음해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청사 로비에서 열린 치매조기검진 체험행사에서 한 노인이 도구를 이용한 인지능력검사를 받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실진료환자수는 전북이 453명(여성 643명, 남성 268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 390명(여성 562명, 남성 225명), 제주 360명(여성 545명, 남성 17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나 농어촌이 많은 지역의 치료유병률이 높았다.

치매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역시 해마다 늘어나 2001년 344억원에서 2005년 872억원, 2008년 381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1~2008년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는 두 배 증가한 데 그쳤지만 치매에 의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11배 이상 폭증했다.

치매 진료환자 1인당 연간 건강보험 진료비 또한 2001년 117만원에서 2005년 133만원, 2008년 278만원으로 최근 7년 동안 2.4배 증가했다.

그러나 치매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외에 환자를 돌보기 위해 가족들이 사용하는 비공식적인 의료비나 간접비를 고려한다면 치매질환자에게 사용되는 비용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면서 치매질환자 중 장기요양등급 인정자에 대한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비도 지출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치매질환자에게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까지 환자 가족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던 치매질환자 관리에 정부도 팔을 걷어부쳤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한의약 선도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인 ‘LMK 02’를 개발해 제2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얻었다.

이번에 개발된 ‘LMK 02’는 뇌신경세포 사멸과 치매형성 억제를 확인할 수 있는 첨단 신경과학적인 기법을 활용, 연구해 개발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용 한약제제다.

‘LMK 02’를 개발한 원광대 류영수 교수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타크린’(Tacrine), 도네피질(donepezil), 갈란타민(Galantamine),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멘만틴(Memantine) 등 5종의 치매 치료제가 허용돼 시판되고 있다”며, “대부분 화학적으로 조제된 의약품으로, 현재까지 만족할만한 치료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치료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삼성서울병원 노인성치매 임상연구센터와 공동으로 9월 19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1층 대강당에서 ‘치매 임상진료지침 및 노인 인지건강증진 관리지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노인성치매 임상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치매 임상진료지침과 노인 인지건강증진 관리지침에 대해 관련 분야 국내 전문가의 인준을 받고, 이를 보급하는 위해 마련됐다.

이번 공청회에서 소개된 치매 임상진료지침 및 노인 인지건강증진 관리지침은 국내 최초로 정신과와 신경과 전문의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개발한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5년 노인성치매 임상연구센터를 지정, 다양한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국내 실정에 맞는 진단 및 치료 지침 개발을 지원한 결과물이다.

이날 소개된 치매 임상진료지침과 노인 인지건강증진 관리지침은 국내외 문헌과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뒤 전국 종합병원급 정신과 및 신경과 45개 기관 전문의들의 검토를 받아 완성됐다.

그간 국내에는 치매질환자에게 적합한 진료지침이 없어 효율적인 치료를 하지 못했으며, 정신과와 신경과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시행하는 문진요령, 신경심리검사, 이상행동과 일상생활 척도 등 진료 프로그램이 서로 달라 진단방법과 치료법에도 차이가 발생했다.

이번에 개발된 인지건강수칙(안)은 ▶규칙적 운동 ▶절대 금연 ▶적극적 두뇌활동 ▶활발한 사회활동 ▶적당한 음주 ▶뇌건강식사 선택 등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치매에 걸렸을 경우 약물과 수술 등으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신경과 이준홍 교수는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질환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치매를 비롯해 매우 다양해 일부 원인 질환에 의한 치매는 약물이나 수술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어 치매의 원인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예후와 치료를 위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적극적인 약물치료 및 인지치료를 통해 치매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으며, 치매의 원인 중에서 뇌허혈 인자의 중요성이 밝혀지고 있어 고혈압, 당뇨, 흡연, 비만, 심장질환, 고지혈증 등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김어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노령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치매질환도 급속한 증가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발병된 치매환자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암의 경우처럼 국가적 관리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는 인지감퇴에 대한 자세한 평가도 건강검진의 중요한 항목으로 지정하는 것 또한 좋은 대안으로 여겨진다”며 “장기적으로 중년부터 뇌의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을 관리해야 예방효과가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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