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학생들의 동화구연대회 뜨거운 열기
'늦깎이' 학생들의 동화구연대회 뜨거운 열기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9.23 09:44
  • 호수 1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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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초등학교 16명 선발 대회 가져

 

▲ 송선애(65)씨가 어미두꺼비 복장을 하고 ‘황소와 두꺼비’ 구연동화를 선보이고 있다.

두꺼비 복장을 한 송선애(65)씨가 풍선으로 볼록하게 만든 배를 들이 민다.

“황소라는 녀석이 이만~큼 크더냐?”
“아니요. 그보다 훨씬 더 커요.”

1인2역으로 어미와 새끼 두꺼비를 역을 번갈아 하던 송선애 씨가 크게 숨을 들이 쉬고 더 큰 배를 만들었다.

어미두꺼비가 볼록한 배를 들이밀며 우스꽝스런 표정을 짓자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 작품은 동화 ‘황소와 두꺼비’. 이날 송씨는 어미두꺼비와 새끼두꺼비 1인2역을 멋지게 소화해 냈다.

9월 22일 양원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제4회 동화구연대회 현장의 모습이다.

양원초등학교는 50~70대 늦깎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 6년 과정을 4년 만에 배울 수 있다.

이날은 1300여명 전교생 가운데 예선을 거쳐 선발된 16팀이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황소와 두꺼비’ ‘은혜 갚은 개미’ ‘여우와 염소’ 등 동화를 비롯해 양원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어딜가세요?’ ‘양원개미와 서글픈 베짱이’ 등 직접 만든 작품들도 무대에 올랐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본선 진출자답게 수준급 연기를 선보였다. 대사 암기는 물론 의상준비도 철저하다. 색도화지를 오려 나뭇가지를 만들고, 당나귀 복장도 갖췄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도 있다.

이날 대회는 개인 혹은 팀으로 구성돼 한편의 동화를 선보였다. 참가자들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400여명으로 가득 찬 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사자와 생쥐’를 발표한 김경자(65)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동화구연연습을 했다”며 “그동안 남편 병수발로 인해 우울하고 힘든 생활을 보냈는데 학교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은혜 갚은 개미’를 선보인 박부흥(75)어르신은 “학교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한글을 몰라 일하는데도 지장이 많았는데 이렇게 동화구연대회까지 출전하게 돼 내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내가 마치 개그맨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며느릿감 시험’을 들려준 최동례(57)씨는 “남편과 함께 동화구연연습을 하다 보니 사이도 더욱 돈독해졌다”며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살 난 손자에게 동화구연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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