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제5공리(功利) ‘생각해야 한다’
장수의 제5공리(功利) ‘생각해야 한다’
  • 관리자
  • 승인 2006.09.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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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gito ergo sum(생각함으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언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사유(思惟)가 중요함을 적시하고 있다.

 

‘생각한다’는 행위자체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며 인간사회에서도 이런 사유능력의 차이는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사유를 주재하는 기관이 바로 뇌(腦)인데 뇌 조직은 생체 내에서 다른 기관들과 특별하게 구분되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뇌는 독선적인 조직이다=뇌는 생체의 정보망을 관장하고 명령하는 기관이며 결과적으로 생체의 육체 활동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뇌가 먹는 대로 느끼고, 움직이는 대로 생각이 달라진다면 사람의 사람다운 소이는 없어지지 않겠는가?

 

바로 이런 문제점을 차단해 환경적 영향에 휩쓸리지 않고 뇌로서의 독자적인 기능을 성실하게 수행하도록 뇌의 구조는 다른 장기와 차별되어 있고 독특하다.

 

우선 해부학적으로 뇌 조직은 외부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보호받도록 두개골이라는 강력하고 단단한 장치에 의해 숨겨져 있는 유일한 장기다.


또 뇌조직과 두개골 사이에는 여러 층의 공간이 적절한 그물망의 체계로 구성되어 충돌에 의한 뇌 실질조직의 손상이 최소가 되도록 보호해 주고 있다.

 

그러나 더욱 특이한 것은 뇌 조직이 생체 내 다른 장기의 다양한 대사적 변화로부터 화학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뇌에는 혈액을 통한 직접적 영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또는 뇌척수액-혈액장벽(Cerebrospinal fluid-Blood Barrier)이라는 특수 장치가 있다.


신체의 모든 조직은 혈관을 통해 영양을 보급 받고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을 내 보내기 때문에 생체의 대사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뇌는 다르다. 뇌-혈관장벽 때문에 혈액 내 물질들이 뇌 조직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뇌 조직은 생체 여느 조직과는 전연 다른 생화학적 환경에 놓여 있고 오로지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만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배출하는 극히 독선적인 장기다.

 

다시 말해 뇌 조직은 영양상태, 식이조건이나 일상 생활패턴에 휩쓸리지 않은 채 자신의 참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 존재해 온 특별장기다.


노화와 치매=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이는 노화현상의 특징은 기능저하와 형태변화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이런 기능저하 요인 중에서도 신경으로 대표되는 반응계의 효율감퇴가 지목되고 있다. 특히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숫자가 줄어들고 뇌조직의 실질크기도 감소되고 있다. 그러나 노화에 따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유능력의 감퇴다.


그 결과 기억력 감소, 판단력 저하, 창의력 퇴하 등으로 연계되어 궁극적으로 치매가 초래됨을 걱정하고 있다. 실제 연령증가에 따라 치매율이 크게 증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고 반드시 사유능력이 감퇴되고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그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비록 연령이 증가됨에 따라 뇌세포 수가 감소되기는 하더라도 시냅스 연결망은 더욱 증가되어 신경세포 수 감소를 보상할 수 있다.


즉 노화에 따라 직접적인 기억과 학습력은 저하될 수 있어도 연계에 의한 연상력을 통한 종합적 판단과 창의력은 결코 저하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창작활동을 열심히 한 괴테와 같은 문호와 비발디와 같은 음악가, 갈브레이드나 드러커와 같은 경제학자, 가다머 같은 철학자 뿐 아니라 우리 역사에도 양촌 황 희, 우암 송시열, 미수 허 목 같은 분들의 사례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즉 늙으면 초래된다는 치매가 모든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며 따라서 치매의 직접요인은 노화현상과는 다른 병적 변화임이 뚜렷하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들을 실천해야 한다.


뇌와 장수=진화론적인 측면에서 비교해 보았을 때 진화에 따라 뇌의 크기가 증가되고 뇌조직의 굴곡도가 높아지며 뇌 표면적이 확대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뇌와 수명, 즉 장수와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거론 된 것은 여러 가지 동물들의 수명을 비교하던 과정에서 수명과 뇌의 크기가 정비례한다는 가설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동물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는 척도로 뇌의 크기와 체중의 신체 계수 그리고 산화적 손상방어 기능과 같은 기능적계수도 비교되고 있다. 이처럼 뇌의 크기 자체가 동물의 종별 수명의 차이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뇌신경세포 숫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논리다.

 

따라서 뇌의 기능인 학습, 기억, 판단, 느끼는 능력이 그만큼 증가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 생명체의 장수요인으로 외적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 증가가 거론되는데, 생체의 외부환경에 대한 자극을 감지하고 이에 대해 반응하는 신경계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예측되어 왔다.


실제로 위험회피반응, 혈관반응, 대사제어 기능 등이 생명체의 수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이런 기능들이 뇌의 지능과 사유능력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조직의 해부학적 구조와 생화학적 기능의 특성은 주위의 환경적 변화에 휩쓸리지 않는 개개인의 생명의 독자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스스로 되새겨 올바르면 수천만 명이 반대하더라도 가겠노라는 ‘자반이축 수천만인 오왕의(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 신념적 행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뇌의 구조와 기능의 특성은 주위를 무시하거나 몰이해하는 독선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감각과 기억이라는 특수기능이 갖추어져 있다.

 

이런 특수기능의 기저에는 생명체로서의 사회적 연대의식인 정(情)이 있어 사람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백세 장수하신 분들을 만나보면 그 분들의 말씀과 행동에 감탄을 금치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곡성읍에서 만난 하현순(104세) 할머니는 말씀도 유창하셨지만 면담조사를 마치고 나설 때 조사단에게 “나가다가 며느리 보거든, 내가 칭찬했다고 꼭 전해주게”라고 부탁하는 사려 깊은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인제군 기린면에서 만난 김휴갑(101세) 할아버지는 자신의 재산을 직접 관리하면서 여전히 그 용도와 미래설계까지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정작 장수인들은 나이와 전혀 상관없이 오늘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깊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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