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老감독’ 화제
영화로 세상과 소통하는 ‘老감독’ 화제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10.15 11:15
  • 호수 1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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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노인복지센터,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 개최
▲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가 열린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 영화를 관람하기 위한 어르신들로 붐볐다.
본지가 후원,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를 선보이는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가 성대하게 개최됐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10월 14~16일 사흘 동안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를 개최했다.

영화제 기간에는 전국 노인영상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7편의 수상작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40편의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가 ‘나를 찾아서’ ‘가족’ ‘나눔과 소통’ ‘자연과 거리’의 4가지 주제로 나뉘어 선보였다.

이번 영화제에 참가한 어르신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선보였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조경숙(80?경기 안산)씨는 3년 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정보화기관 ‘은빛둥지’를 통해 처음 영화를 배웠다. 처음 3~4분짜리 동영상을 만들며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꼈고, 지난해 제1회 서울노인영화제에 ‘DMZ’(비무장지대)를 출품했지만 아쉽게 수상을 놓치고 말았다.

그 경험을 살려 조 어르신은 연립주택 벽돌 사이에 뿌리를 내린 한줄기 망초의 일생과 조 어르신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의 망초’를 제작, 이번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조 어르신은 “쟁쟁한 작품 가운데 대상을 수상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김영근(68?인천 남구)씨는 평소 생각했던 노인틀니에 대한 문제를 카메라에 담았다. 김씨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틀니’는 치아가 좋지 않아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저렴한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해 어르신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인천 주안영상미디어센터에서 3개월 동안 영상제작기술을 배웠고, 첫 작품을 통해 수상했다.

김씨는 “노인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니라 권리의식을 미디어로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노인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독상을 수상한 정순석(67?경남 창원)씨는 퇴직 후 취미생활에 사용하라며 딸이 캠코더를 구입해 주면서 영상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동안 촬영한 단편 영상만 해도 120편. 지난 2004년 본격적인 영상교육을 받고 싶어 마산MBC미디어센터에서 영상기법을 배웠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다큐멘터리 ‘눈물에 얼룩진 글자’를 선보여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복지관에서 가난 때문에 한글을 배우지 못한 노인들의 공부과정을 담았다. 정씨는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며 “앞으로도 더욱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을 맡은 오정훈 미디액트 실장은 “꾸준한 미디어 활동을 통해 숙련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많아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섭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은 “이번 영화제는 새로운 영상문화에 대한 어르신들의 도전과 향유 그리고 미디어를 통한 세대 간 소통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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