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문식 기자의 만만담] 평균수명
[함문식 기자의 만만담] 평균수명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10.22 11:32
  • 호수 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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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대략 44세 전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이앙법이 보급되고, 상공업이 발달해 생산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조선 후기에 평균수명이 신장된 것을 감안한다면 조선 전기에는 30대 전후였을 것이다.

워낙에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태어난 지 1년이 지나면 특별히 첫돌을 기념하는 풍습이 전해졌다. 자신이 태어난 갑자를 다시 맞이한다는 회갑(回甲)의 의미 역시 특별한 것이었다. 조선시대 임금이 특별히 장수자들을 위해 ‘기로연’이라는 잔치를 베풀고 이들에 대해 존경과 감사를 보낸 이유는 그만큼 장수자가 드문 사회였기 때문이다.

현재 선진국으로 세계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서구국가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사학자들은 로마시대의 평균 수명은 22세 전후라고 추측하며, 이로부터 1500여년이 지난 중세 영국의 경우에도 기껏해야 33세 전후였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몇천년동안 평균수명은 조금씩 늘어났지만, 그리 큰 폭의 성장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100여년동안 산업화와 더불어 의료체계의 발전으로 인해 평균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1년의 평균수명이 62.3세이였던 것이 1991년 71.7세. 2000년 75.9세, 2007년 79.1세였다. 최근 몇 년간 평균수명은 1년에 6개월씩 연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2030년 경에는 90대, 2050년 경이면 100대가 보편적인 수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급격하게 연장되는 수명에 비해 인식과 사회체제는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있다는 점이다. 불과 20~30년 전만해도 일반적이었던 회갑잔치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처럼, ‘고령’이라는 개념은 크게 달라졌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60대는 ‘성숙’의 절정기이지 은퇴를 고려할만큼 능력의 쇠퇴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정과 다르게 우리 인식에서는 아직도 60대를 ‘집에서 쉬실 나이’ 혹은 ‘이 나이에 내가 무슨’ 등과 같은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생에 있어 차분히 삶을 되돌아보는 기간은 5년이면 족하다. 자신의 일생에서 3분의 1, 혹은 4분의 1을 일 없이 쉬라고 강요하는 인식이나 사회구조는 개인은 물론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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