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라도 있으면…”
“컨테이너라도 있으면…”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10.23 15:07
  • 호수 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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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문해(文解) 교육 전직 교감의 ‘읍소’
‘감나무골주경야독학교’ 공부방 없어 도움 손길 기다려

▲ '감나무골주경야독학교'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서 상을 펼쳐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해 초등학교와 연계해 늦깎이 공부에 도전해 화제가 됐던 어르신들이(본지 108호) 최근 학교를 떠나 책상 하나 없는 차가운 바닥에서 공부를 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충남 태안 소원면 시목리 ‘감나무골주경야독학교’ 30여명의 어르신. 어르신들은 지난 2005년 당시 시목초등학교에 부임한 조용덕 교감(63)의 도움을 받아 마을회관에 공부방을 마련,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어르신들은 매주 2차례씩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를 하며 한글을 익혔다. 처음 공부를 할 때만해도 5~6명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입소문이 퍼지면서 40여명에 이르게 됐다.

점점 늘어나는 어르신에 비해 공간이 협소하다고 판단, 2006년 5월 시목초등학교로 공부방을 옮겼다.
60~80대 어르신들은 학생들과 손자, 손녀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학예회와 운동회 등에도 참여했고 경주, 울산 지역으로 수학여행도 다녀왔다. ‘실버합주단’을 구성해 장구와 피아노, 각종 타악기를 이용한 ‘난타’ 공연을 연습하는 등 열정적으로 학교생활을 보냈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잠시 지난해 8월 조용덕 교감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어르신들도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조 전 교감은 자신이 교직을 떠난 후에도 어르신들의 공부가 계속 이어지길 바랐으나 새로 부임한 교장과 교육 장소에 관한 마찰이 빚어지면서 더 이상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없게 된 것.

이 소식을 들은 지역 이장과 노인회장의 도움으로 마을회관을 임시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불편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마을회의가 열릴 때 마다 수업을 미뤄야 했고, 마음대로 공부할 기자재를 들여 놓을 수 없었다. 책상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보니 찬 바닥에 상을 놓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교육환경에서도 조 전 교감은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르신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 전 교감은 밤늦게 공부하는 어르신들의 통학을 위해 승합차를 구입, 직접 운행을 맡았다. 교재도 직접 만들고, 매일 3~4시간의 교육도 혼자 이끈다. 공부를 진행할 때 드는 소소한 비용도 사비를 털어 충당한다.

최근에는 ‘감나무골주경야독학교’를 한국문해교육협회에 문해교육기관으로 등록, 현재 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금으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비용을 충당하기엔 턱없는 실정이다.

조 전 교감의 가장 큰 바람은 어르신들이 마음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조용덕 전 교감은 “작은 컨테이너라도 마련돼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다면 바랄게 없다”며 “‘감나무골주경야독학교’라는 간판을 달고 공부를 원하는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전 교감은 앞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을 모시고 한글교육 뿐만 아니라 대안 성인교육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충남 태안 소원면 시목리 ‘감나무골주경야독학교’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주실 분들은 조용덕 전 교감(bequite79@hanmail.net), 김옥란(041-672-6564)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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