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환 한국복지용구협회장
권재환 한국복지용구협회장
  • 김병헌 기자
  • 승인 2009.10.23 15:16
  • 호수 1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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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소비자·사업소간 대화창구 만들겠다”
복지용구사업소 개설기준 완화에 위기감 느껴 협회 발족
현실 외면한 밀어붙이기식 정책 도움 안돼 대화창구 절실
정부기관·협회, 장기요양제도와 업계 공존의 길 모색해야

 

한국복지용구협회가 지난 10월 1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발족을 선포했다. 230여개 업체가 회원 등록한 한국복지용구협회는 이날 '의료기백화점' 권재환 대표를 초대회장으로 선출했다. 권재환 회장은 30여년 동안 의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그는 "그동안 정부와 소비자, 복지용구사업소가 대화통로가 없었다"며 "협회가 앞으로 대화 창구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정책으로는 업계가 고사할 것이란 위기의식도 강조했다. 국내 복지용구업계의 원활한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권재환(54) 회장을 의료기백화점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병헌 기자 bhkim@100ssd.co.kr

 


“정말 너무 너무 힘들어요.” 한국복지용구협회 권재환 회장의 첫 마디다. 협회 창립 준비기간이 짧았던 데다 다른 협회에서 유사단체라는 이유로 회원사들을 회유해 회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본격적인 복지용구협회 결성준비는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복지용구사업소 시설기준 완화’와 관련, 복지용구 사업소 개설기준을 제품 진열과 체험만을 위한 공간인 33㎡(10평) 이상에서 ‘26㎡ 이상’으로 줄이고, 기존 ‘품목별 1개 이상 전시’ 규정을 ‘사용빈도가 높은 복지용구 품목을 선별 진열’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이렇게 되면 사업소 개설 진입장벽이 낮아져 약국에서도 복지용구 취급이 가능해지는 등 복지용구사업소가 난립해 기존 의료기기 판매업체 및 복지용구사업소 등과 함께 과잉공급으로 인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자칫 업계 전체가 공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서울과 경기지역을 비롯해 전국 복지용구사업소에서 협회 발족의 필요성을 제기해 지난 7월 15일, 50여명의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회 발기인 모임을 갖고 추진위원을 구성하고 정관, 조직 등 기본 골격을 갖추게 됐다. 그 후 여러 차례에 걸친 추진위원 모임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창립총회를 갖게 됐다.

“사실 그동안 정부와 소비자, 복지용구사업소간의 대화통로가 없었다. 협회가 앞으로 대화 창구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서로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복지용구 급여제한 및 바코드제 시행, 미흡한 소독과 대여에 대한 규정 뿐만 아니라 내년 6월 예정인 대여품목의 시행, 약국의 복지용구사업 진입을 위한 평수제한 완화, 고령친화 우수사업자 지정제도 등을 대화부재의 사례로 들었다.

▲ 지난 10월 15일 한국복지용구협회 창립총회에 앞서 임원진과 기념촬영을 갖고 있는 권재환 회장(왼쪽 여섯번째)

복지용구사업소는 어르신들의 자립과 간병인들의 부담 경감을 위해 많은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청결하고 안전한 제품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신속히 대응,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시스템과 서비스체계를 구축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대부분의 복지용구사업소의 의견이다.

그 이유로는 우선,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즉 복지용구의 제조, 유통, 판매 및 대여까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제품 수급의 어려움과 마진율 부족 등으로 인해 제품의 다양화나 체계적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용고객 확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올 6월 기준,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는 전국 약 26만명이고, 이 중 복지용구 이용자는 평균 10%인 약 2만6000명으로 추정되며, 전국적으로 1000여 개소의 복지용구사업소를 이용하고 있다. 복지용구사업소 운영이 지역 밀착형 사업임을 고려할 때, 먼저 해당지역 대상 고객의 확보가 필요하지만 그 방법은 쉽지가 않다. 그 결과 영업부재의 ‘기다리는 사업’으로 전락하게 되고, 재가급여 제공기관과 결탁하거나 고가품목의 전시 및 대여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권 회장은 “정부가 내놓은 제도가 시행되면 월평균 소득 150만~200만원 가량의 영세한 사업소들은 이제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관련 정부기관과 협회는 머리를 맞대고 노인장기요양제도와 복지용구업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한국복지용구협회가 창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복지용구산업의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생각한다면 모든 산업 전반에서 우리 협회를 인정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깨가 무거울 텐데도 “할 일이 너무 많아 지금도 가슴이 뛴다”는 말로 회장직에 대한 열정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권 회장은 이미 정평이 난 ‘베테랑’이다. 항상 ‘의료기기업계 1위 CEO’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권 회장은 1980년 서울 종로에 태성무역을 설립한 뒤 의료기를 직수입해 판매하면서 의료기기와 인연을 맺었다.

권 회장은 “그 시절이 눈에 선한데 벌써 3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처음엔 주사기 하나 들고 다니면서 병원 영업을 시작했고, 차츰 인맥과 영업 노하우를 쌓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병의원 의료기기 납품 뿐만 아니라 병의원 개설 및 전문 컨설팅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15년 전인 1994년 경기도 수원 빈센트병원 앞에 의료 도소매, 전문 의료기기 판매 매장인 의료기백화점을 오픈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맞았다. 지난해 3월에는 30여년의 성실한 영업활동으로 맺어온 8명의 의사들과 의기투합해 의료기기 포털사이트인 ‘메디프라자’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최근엔 대기업이나 외국계 회사들로부터 합작 제의를 받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는 “최근 의료기기 및 복지용구 관련 인터넷 사업이 늘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매장 운영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오판해 큰 낭패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조언했다.

거친 영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기에 생활신조도 대인관계를 중시한다. 권 회장은 “사람이란 모름지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쉽게 풀릴 문제도 꼬이고, 감정이라도 상하게 되면 훨씬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의료기기업계 1위 CEO’라는 타이틀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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