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문식 기자의 만만담(滿漫談)
함문식 기자의 만만담(滿漫談)
  • 연합
  • 승인 2009.10.30 16:32
  • 호수 1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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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알려준 군사분계선 철책의 ‘구멍’

남측 주민이 강원도 동부전선의 3중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실을 북측이 알려줄 때까지 모르고 있던 정황이 드러났다. 합참은 남한 주민이 자진 월북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전 군사분계선에 걸쳐 철책 훼손 흔적을 정밀 점검한 결과, 동부전선에서 철책이 절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군은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으로 미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중앙방송이 자진 월북했다고 보도한 남측의 강동림(30) 씨가 철책을 절단하고 넘어갔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 매체에 언급된 강 씨의 군 복무 경력을 조사한 결과, 2001년 9월부터 2003년 11월까지 2년 2개월간 육군 22사단에서 근무했으며, 이 부대의 책임지역 내 철책이 이번에 절단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군사분계선 철책에 뚫린 구멍을 북측이 월북자의 입을 통해 말해준 뒤 점검하고 나서야 확인하게 됐다니 한심한 일이다.

국방부와 합참 등 군 당국은 사건 당시를 전후해 대북 경계근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엄밀하게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엄중한 지휘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서 군은 2004년 10월 역시 동부전선의 3중 철책이 절단되고, 이듬해 6월에 북한군 초급병사 1명이 최전방 철책을 뚫고 넘어온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철책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고 한다.

특히 군은 이들 사건 이후 철책 경계근무의 사각지대를 없애도록 전방 철책에 광학 센서가 부착된 그물망 감시장비를 설치했다는데 4년 4개월 만에 다시 전방경계에 구멍이 났다니 심각한 문제다.

민간인이 군사분계선 철책을 뚫고 어렵지 않게 월북할 수 있다면 바로 그 구멍으로 북한군이나 간첩의 남행도 쉽게 가능할 것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으로 드나드는 개폐식 통문과 철통같이 유지해야 하는 군사분계선 철책은 엄연히 다르다.

대북 교류 협력과 별개의 차원에서 국방부와 군대의 존재 이유를 국민은 생각하게 된다. 합참은 10월 28일 브리핑을 통해 “전비태세 검열단이 철책 절단 시기와 민간인 월북 경로, 철책 절단 확인 시점 등을 현재 조사 중”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철책 경계시스템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를 주목한다.

* 이번 주 ‘함문식 기자의 만만담’은 기자의 사정으로 ‘연합시론’으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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