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용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4.01 10:54
  • 호수 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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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어느 날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실수로 물컵을 건드렸고 물이 쏟아지면서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의 옷이 아주 조금 젖었다. 여기서 당신이 해야 할 바른 행동은 간단하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사과하면 대부분 가볍게 난처한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견고하지 못해 넘어진 물컵을 탓하거나, 칸막이를 탓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우리 사회는 당사자를 ‘정상인’으로 보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하더라도 평생 연구에만 몰두해 TV시청을 하지 않았다면 국민MC ‘유재석’을 ‘오재석’이라 부르는 실수 정도는 할 수 있다. 이럴 때도 “가볍게 내가 TV를 잘 보지 않아 이름이 헷갈렸습니다”라고만 해도 다들 이해한다. 굳이 ‘죄송하다’까지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오재석이 맞다, 내가 세계적인 석학인데 이름 하나도 못외울 것 같냐”고 성을 낸다면 역시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지난 3월 25일 모 정당의 A 국회의원 후보가 한 방송에 출연해 현재 민심을 들끓게 만든 ‘대파 875원’ 사건을 옹호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진행자가 “윤 대통령이 현장에서 언급할 때 1㎏ 한 단에 875원이라고 지칭했던 것 같다”고 하자 A후보는 “875원 그거는 한 뿌리 (가격) 얘기한 것”이라 황당한 옹호를 한 것이다. 전 국민이 뉴스를 통해 생생하게 보고 들은 현장을 황당하게 왜곡한 것이다.  

문제는 A후보의 이후 대처다. 그는 자신이 ‘대파 875원’ 관련 영상을 못 보고 한 발언이라고 정정하면서도 뜬금 “대파를 격파하겠다”며 자신이 시장에서 산 대파 두 단을 내보이고 자신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듯 해명하는 영상을 올렸다(이후 삭제). 영상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한 발언이라고 유감을 표했으면 끝날 일을 “나는 틀리지 않았다”라며 마치 대중을 혼내는 듯한 자세를 취해 많은 실망감을 주고 있다. 

A후보는 유명 교양프로그램에 전문가로 출연해 해당 방송을 즐겨보는 이들에게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다. 전문가다운 명쾌한 분석으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도를 높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정치인으로 도전한다고 나섰을 때만 해도 대중들은 전문가로서 활약한 만큼 정치인으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성 정치인만 못한 행보로 기대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사과에 인색하다. 마치 잘못을 인정하면 정치 인생이 끝나는 것 마냥.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명심하고 민생정치를 펼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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