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몽롱한 봄길
[디카시 산책] 몽롱한 봄길
  •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 승인 2024.04.01 11:12
  • 호수 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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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봄길

확실히 너는 눈웃음이 좋아

이렇게 많은 네 표정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네 귓속말 때문에 혼절할까


제비꽃이 지천으로 피어 발밑에서 진동하는 향기. 강렬한 보랏빛은 작은 몸을 뚫고 나와 천지에 제 존재를 알린다. 윙크인 것 같기도 눈웃음인 것 같기도 한 저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그만 아득해진다. 흔들리는 마음은 주체가 되지 않고 자꾸 어디론가 달아나려고 한다. 다시 역마살이 도지는가. 꽃봉오리 하나마다 담고 있는 네 귓속말이 어쩌면 전생의 내 인연이었는지도 모를 일. 가장 낮은 듯이 제일 작은 듯이 사는 듯이 마는 듯이 있다가 일제히 한꺼번에 터트리는 환호성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막다른 향기인가. 3월의 끝이 아지랑이를 오래 붙잡고 있다. 풀어헤친 봄의 들판으로 몰려가는 것들, 나도 기꺼이 동참한다. 앞서거나 뒤따르거나 함께 섞이면서 가는 들뜬 행로, 봄길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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