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트뮤지엄 ‘새벽부터 황혼까지’ 전, 프랑스 인상주의와 다른 북유럽의 잿빛 인상주의
마이아트뮤지엄 ‘새벽부터 황혼까지’ 전, 프랑스 인상주의와 다른 북유럽의 잿빛 인상주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4.01 13:27
  • 호수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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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웨덴 수교 65주년 기념전… 스웨덴국립미술관 주요 소장품 79점

광부 모습 담은 ‘스위스의 채석장에서’, 한나 파울리의 ‘아침식사 시간’ 등

이번 전시는 프랑스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아 북유럽풍 인상주의 화풍을 만든 북유럽 주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그림은 스웨덴 국민화가 칼 라르손의 대표작인 ‘전원’
이번 전시는 프랑스 인상주의에 영향을 받아 북유럽풍 인상주의 화풍을 만든 북유럽 주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그림은 스웨덴 국민화가 칼 라르손의 대표작인 ‘전원’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800년대 후반 북유럽 예술가들은 역사화와 풍속화만을 고집하는 보수적인 예술계에 반기를 들고 인상주의가 태동하던 프랑스로 떠났다. 이들은 인상주의의 핵심인 야외에서의 빛을 관찰하고, 귀족‧종교‧신화가 아닌 일상 속 인물을 화폭에 담았다. 여기에 더해 예술가들은 자국의 일상생활과 노동의 현장을 그리면서 북유럽의 현실과 풍경을 묘사하고자 했다. 안개가 감도는 풍경, 눈 덮인 하얗고 뿌연 언덕의 풍경, 농부와 노동자, 소외된 사람들 삶의 잿빛 모습 등은 프랑스 인상주의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전환기에 북유럽 국가의 두드러진 예술 발전과 북유럽 특유의 화풍이 정립된 배경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스웨덴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8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새벽부터 황혼까지-스웨덴국립미술관 컬렉션’ 전에서는 스웨덴 국민 화가 칼 라르손을 포함해 한나 파울리, 앤더스 소른, 칼 빌헬름손, 휴고 삼손 등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대표 예술가들의 작품 79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4개 공간으로 나뉜다. 먼저 ‘혁신의 새벽’에서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이를 재해석해 확립한, 회색 안개가 감도는 듯한 북유럽 특유의 풍경화풍을 소개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악셀 융스테트(1859~1933)의 ‘스위스의 채석장에서’(1886)와 라우리츠 안데르센 링(1854~1933)의 ‘선로공’ (1884)이다. 두 작품은 채석장에서 일을 하다 잠시 쉬는 광부와 멀리서 들어오는 기차를 바라보는 역무원의 모습을 북유럽풍 회색톤으로 표현해 노동자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이어지는 ‘자유의 정오’에서는 북유럽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조명한다. 북유럽에서 일어난 변화는 여성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한나 파울리를 비롯한 여성 화가들은 자국의 소녀들이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이들은 ‘순종적이고 신성시되는 여성’이라는 서양미술사의 금기를 깨고 주체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미술화풍에도 영향을 준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한나 파울리(1864~1940)의 ‘아침식사 시간’(1877)이다. 정원에 마련된 식탁 위에 아침식사를 차리는 여성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당시 스웨덴 비평가들은 경쾌한 붓터치와 묘사법이 지나칠 정도로 현대적이고 파격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안나 보베리(1864~1935)의 ‘산악, 노르웨이에서의 습작’(1900)도 눈길을 끈다. 스스로 ‘극지 탐험가’, ‘북극 화가’로 불렀던 그녀는 절경으로 소문난 노르웨이 북부해안 로포텐 제도를 찾은 후 30년 넘게 이곳 풍경을 꾸준히 그림으로 남겼다. ‘산악, 노르웨이에서의 습작’은 바다 위로 솟은 빙하의 장엄하고 서늘한 절경을 잘 담아내고 있다.

안나 보베리의 ‘산악, 노르웨이에서의 습작’(1900).
안나 보베리의 ‘산악, 노르웨이에서의 습작’(1900).

‘거대한 황혼’에서는 ‘황혼’을 모티브로 한 대형 작품들을 살펴본다. 1890년 프랑스에서 새로운 예술 흐름이 등장했다. 몇몇 북유럽 예술가들은 상징주의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확한 형태와 현실에 대한 분명한 묘사 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집중해 감상자에게 전달될 분위기와 느낌을 중요시했다. 이러한 작품에는 인물이 그려져 있지 않으며 고요하고 고립된 분위기가 강조되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북유럽 감성으로 간주된다.

이를 잘 표현한 작품이 헬머 오스룬드(1866~1938)의 ‘노딩로어의 가을’ (1910)과 칼 노르드스트룀(1855~ 1923)의 ‘폭풍 구름’(1893)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응시하는 듯 목가적인 스웨덴의 풍경을 묘사한 작품으로 북유럽 특유의 서늘함이 잘 전달된다. 

북유럽의 긴 밤과 겨울의 영향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예술가들은 자연스럽게 실내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황혼 빛이 드리우는 전원의 풍경과 실내 사교 장면이 자주 묘사되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의 표현은 공간을 더욱 아늑한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마지막 공간인 ‘아늑한 빛’에서는 스웨덴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칼 라르손을 중심으로 이러한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을 소개한다. 

칼 라르손은 건물, 가구, 인테리어, 수공예품, 의복, 카펫, 음식과 식기 등을 섬세하게 표현해 아늑하고 따뜻한 집을 그렸고 이를 통해 이상적인 삶을 표현했다. 

특히 그의 수채화는 견고한 선의 표현으로 북유럽풍의 독보적인 디자인을 담아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 ‘책을 읽는 리스베스’(1904)이다. 그의 딸 리스베스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은 테이블 등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등을 통해 평화롭고 단란한 가정의 한 단면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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