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내가 꿈꾸는 노년의 클라이맥스
[현장칼럼]내가 꿈꾸는 노년의 클라이맥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10.31 11:02
  • 호수 1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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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서울성북노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나는 가끔 ‘60대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보곤 한다. 매일 같이 어르신들을 접하며 닮고 싶은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을 배운다. 물론 복지관에 나오시는 어르신들은 열정과 애정이 넘치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나에게 노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경우가 훨씬 많다.

대표적인 예로 하모니카반이나 풍물반 어르신들이다. 이 어르신들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행사에 참여하시며 젊은이 못지 않은 열정으로 다른 어르신들의 흥을 돋궈주신다. 사진반 어르신들과 VJ특공대 어르신들은 젊은 나도 잘 못하는 촬영과 영상편집을 전문가 수준못지 않게 척척 해내신다.

일부 어르신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얼마 전 복지관 개관 10주년 학술발표회에는 3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복지관과 멀리 떨어진 행사장까지 직접 오셔서 교수님들의 어려운 발표에 귀 기울이고, 메모까지 하셨다. 이를 보고 있노라니 노년이란 더 이상 돌봄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주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런 어르신들을 보면서 특별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올해 복지관 프로그램에는 어르신들의 ‘자서전쓰기’ 프로그램을 비롯해 문학작품을 읽고 그 배경지를 찾아나서는 ‘문학원정대’, 가요제 본선진출자들을 대상으로 실제 가수들처럼 노래교육을 받고 유명 녹음실에서 직접 노래를 녹음해 앨범을 내는 ‘가수되기’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어르신들이 해내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노년이 됐을 때는 이미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훨씬 넘는 초고령사회다. 그때의 노년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며, 모든 분야에서 방관자가 아닌 당당한 주체로서 활동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르신들을 보며 노년의 클라이맥스를 꿈꿔본다. 지금 내가 기획하는 프로그램들은 우리 어르신들이 노년을 열정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인 동시에 내가 노년이 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의 클라이맥스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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