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어르신 위한 일자리에 관심 커져
경도인지장애 어르신 위한 일자리에 관심 커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4.15 15:10
  • 호수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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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이 커피탈취제 만드는 사업 펼쳐

일본서는 치매환자에 우편·세차 등 업무… 국내서도 확산 움직임

최근 서울 광진구가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의 사회참여를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광진구 경도인지장애 일자리 참여자 어르신이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해 탈취제를 만드는 모습.
최근 서울 광진구가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의 사회참여를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광진구 경도인지장애 일자리 참여자 어르신이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해 탈취제를 만드는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올해 우리나라 노인일자리 사업은 역대 처음으로 100만개를 돌파했다. 그렇다면 치매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은 이 노인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는 장기요양 1~5등급 판정을 받은 어르신들은 참여할 수 없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노인의 경우 일반 노인과 같이 면접 시 대화와 거동을 확인 후 일자리를 얻을 수는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서울 광진구가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해 주목받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전 단계로도 불리지만,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치매로 전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광진구의 경우 치매 예방 프로그램 ‘일석이조’를 통한 일자리 제공으로 인지기능 강화와 정서적 안정을 도우면서, 사회참여 기회도 준다. 참여자들은 먼저 치매 예방 수업을 이수한 뒤,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해 탈취제를 만드는 업무를 한다. 매월 10회씩 두 달간 출근하고 소정의 임금을 받는 방식이다. 완성된 제품은 어린이집, 동주민센터에 전달된다.

올해 12월까지 30명을 상시 모집하고 대상은 광진구에 주민등록을 둔 6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기초연금수급자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치매 예방은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 가지고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어르신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감을 되찾고 건강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인지증(認知症·치매의 일본식 명칭) 인구 700만 명을 앞두고 있는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치매 어르신들이 계속 일을 하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늘어나는 인지증환자를 돌봄의 대상자로만 한정하면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따르고, 인구감소로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이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공생을 이루자는 차원에서다.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위치한 ‘오렌지 데이 센가와’ 카페가 대표적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 모델은 치매 노인이 종업원으로 주문을 받고 음료를 서빙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자신이 주문한 것과 다른 음료가 나와도 불평하지 않음으로써 종업원들이 즐겁게 사회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2017년 처음 도입된 이 모델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일본의 대표 택배업체 야마토 운수는 지역 간병사업소의 치매 환자에게 우편배달 업무를 위탁한다. 물론 간병사업소 지원과 함께 배달을 진행하지만, 위탁료는 모두 치매 환자에게 준다. 이들은 트럭 운전사가 도달하기 어려운 길의 배달 등을 맡아 운전사의 부담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과 얼굴을 익혀두어 혹 치매 환자가 길을 잃더라도 도움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로기(60~64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 시흥시치매안심센터의 경우 ‘초로기 치매환자 지역공동체 일자리’를 시행 중이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초로기 치매환자는 치매 관련 영화 상영관인 ‘알츠시네마’ 업무와 치매인식 개선 교육 ‘알츠스쿨’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주 30시간 이내 일하며 월 150만원 정도를 받고 경제적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광역치매센터도 지난해 초로기 치매환자의 연령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강서구치매안심센터에서 첫 ‘초록기억카페’를 개설해 시범운영 중이다. 

‘오렌지 데이 센가와’ 모델을 벤치마킹한 초록기억카페는 무인 주문기로 주문받기, 손님 응대하기 등 카페 운영을 통해 초로기 치매환자들의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활동 수행 능력을 증진시키고,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10여명의 참여자들은 주 2~3회,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하루 3시간씩 일하며 실내에서 수경재배 방법으로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해 주문 즉시 음료를 제조해 제공하고 있다. 또 이곳에서는 40~50대 젊은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원예 프로그램(주 1회)과 사회참여 프로그램(주 2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초로기 치매환자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사전‧사후 평가를 실시해 프로그램의 효과를 평가하고, 완성도를 높여 향후 서울시 25개구 치매안심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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