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효행장려지원법과 노인복지정책
[금요칼럼]효행장려지원법과 노인복지정책
  • 관리자
  • 승인 2009.11.10 11:12
  • 호수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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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흥봉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장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07년 의원 입법으로 제정되었다. 당시 국회보건복지위원회의 제정 이유를 보면 전통적 효사상이 쇠퇴하여 부모부양의식이 약화되고, 한편 노인복지정책은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기 위하여 이 법을 제정한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부모에 대한 공경 또는 효 의식을 되살리기 위하여 효행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이 법을 제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효(孝)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중요 유산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효사상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적 판단의 궁극적 기준이며 또한 윤리질서의 보편적 원리이다. 효경(孝經)에서는 ‘사람의 모든 행실 가운데 효도보다 더 큰 것이 없다’고 하고, ‘효도는 하늘의 떳떳한 도리이고 땅의 올바른 법칙이며, 백성들이 실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윤리’라고 하였다.

공자(孔子)는 효경에서 ‘부모에 효도하는 것은 모든 덕행과 교화의 근원’이라고 하였고, 논어(論語)에서 ‘자기 부모를 섬긴 연후라야 인(仁)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유교사상에 바탕을 둔 이와 같은 전통적 효 문화도 이제 크게 변하고 있다. 특히 효도를 실천하는 행동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 아직까지 규범적 문화의 영향으로 표면적으로는 노부모를 모셔야 된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 면에서는 노인을 제대로 부양하지 않는 자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노부모를 보호한다고 하면서 노인학대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효의 행동문화가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배경과 원인은 그동안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 20세기 산업화과정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경제생활 및 사회생활 구조가 엄청나게 변화하였다. 인구의 대부분이 농촌에서 살던 시대에서 도시에서 사는 시대로 바뀌었다. 직업생활의 형태가 크게 달라졌다.

이러한 사회변화가운데 노인을 부양하는 가족제도와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 가족규모가 소가족화 되어 가고 있고, 3세대가족이 줄어들면서 핵가족이 증가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노인단독세대 비율이 지금 3분의 2가 넘는다. 앞으로 이 비율은 서양 선진국 수준인 85% 이상 갈 것으로 보인다. 자녀들의 노부모 부양의식도 점차 쇠퇴하고 있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인 1980년에 필자는 보건복지가족부 노인복지 담당과장으로서 노인복지법 초안을 준비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노인복지시책이 사실상 처음 시작되는 때였다.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통적 가족제도의 미덕을 살려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고, 그것이 서양문화와 다른 우리 문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였다. 당시 법을 제정할 때의 공청회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노인복지법에 ‘가족제도의 유지발전’이라는 조항을 규정하고, 경로효친사상을 앙양하는 시책을 제도화하였다.

노인문제에 대응하는 국가정책의 기본방향을「선 가정보호, 후 사회보장」으로 설정하였다. 가족이 노인을 부양하는 기능에 우선을 두고 가족의 기능으로 해결되지 않는 노인문제에 대하여 국가가 사회보장정책으로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정부의 노인복지정책도 이 방향에 따라 추진되었다.

그 후 30년의 세월이 지났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당시의 노인복지정책 방향은 잘못 설정되었다고 판단된다.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은 점차 쇠퇴하고 있고, 노인문제는 점차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제도와 효 문화의 변화는 노인복지정책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마치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을 댐으로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양로원,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수가 7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노인인구의 1.5% 수준이다.

앞으로 이 비율은 서양 선진국 수준인 5% 내지 7%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0년 전 국제회의에서 필자는 한국은 동양문화의 전통에 따라 자녀들이 노부모를 모시고 살기 때문에 시설입소율은 서양과 같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현실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다.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을 규범적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효 문화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현실적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복지정책은 현실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인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도덕적 규범을 이유로 현실적 노인문제를 외면하거나 정책의 강도를 낮추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30년 전에 만들어진 ‘선 가정보호, 후 사회보장’이라는 정책방향은 국가·사회·가족·개인의 공동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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