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능균 넬슨신애니메이션-아트박물관 관장 “선사시대 동굴벽화 멧돼지 다리가 8개…‘잔상’ 봤다는 증거”
신능균 넬슨신애니메이션-아트박물관 관장 “선사시대 동굴벽화 멧돼지 다리가 8개…‘잔상’ 봤다는 증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4.05.03 15:48
  • 호수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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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특수 광선검 효과로 어느 날 유명해져…“특별보너스는 없어”

애니메이션 영화 100년사 발달 과정 보여주는 희귀 장비, 자료 등 전시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경기도에서 반드시 들려야할 곳이 있다. 과천시 문원동에 위치한 넬슨신애니메이션-아트박물관이다. 지난해 1월에 문을 연 이 곳은 100여 년 간 애니메이션 영화의 발전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와 장비로 가득 차 있다. 

신능균(미국명 넬슨 신·87) 박물관장은 “인류가 노력해온 것 중 최고의 예술이자 성공은 영화”라면서 “영화가 없었다면 모든 미디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산업의 최전선에서 그 태동과 전성기를 체험했다”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혁신적이고 기발한 장비들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세월의 흐름 속에 잊혀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한곳에 모았다”고 덧붙였다.

4층, 연면적 600평 콘크리트 건물로 된 박물관 제1전시실은 서울신문에 그렸던 시사만평을 비롯 ‘트랜스포머’, ‘개구리왕국’ 등 애니메이션 영화의 스틸 사진과 3D 인형을 모았다. 제2전시실은 ‘심슨 가족’ 등 애니메이션 영화 포스터와 애니메이션 잡지 표지, 제3전시실은 최초의 환등기 ‘매직랜턴’을 비롯 무비 카메라, 축음기와 뮤직박스, 극장 영사기, 필름 편집기 등을 전시했다. 이 중 압권은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한 ‘보로디노 전투’를 표현한 디오라마이다. 8개월의 제작기간을 들여 만들었다. 

신 관장은 영화 ‘스타워즈’의 칼싸움 장면에 처음 등장하는 광선검을 만들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국내 최초로 남북 합작의 애니메이션 영화 ‘왕후 심청’을 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낯익은 ‘트랜스포머’, ‘GI조’, ‘핑크 팬더’ 같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감독·연출했다. ‘심슨 가족’은  그가 1985년에 설립한 ‘AKOM 프로덕션’에서 지금까지 OEM 방식으로 디즈니사에 납품하고 있다.

미국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 평생회원으로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부문 심사위원이며, 대한민국 新지식경영 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홍익·단국·백석·극동대 교수로 많은 제자를 키워냈다. 1600쪽에 달하는 백과사전 ‘넬슨신 애니페디아 북’, 자서전 ‘The Animator’ 등이 있다.

-전시장 입구를 장식한 커다란 동굴벽화 사진이 인상적이다.

“프랑스 동남부 아르데슈에 위치한 쇼베동굴이다. 3만2000년 전 후기 구석기 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를 쇼베란 사람이 발견했다. 목탄으로 그린 멧돼지를 자세히 보면 다리가 4개가 아닌 8개인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만 따로 떼어내 배경을 빠르게 움직이게 하자 멧돼지가 실제 달리는 것 같이 보이더라. 그 시대 사람들도 ‘잔상’(殘像)을 봤다는 얘기이고, 그것에 집중했다는 증거이다. 인간이 눈을 통해 뇌에서 물체를 감지하는 시간은 약 0.03초이다. 이보다 짧은 시간 내에 그림을 바꿔주면 망막에 시각의 잔상이 남아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영화의 기본 원리이다.” 

-전시품 중 가장 가치가 있는 장비라면.

“‘매직랜턴’(환등기)이다. 그림이 그려진 슬라이드에 등잔 불빛을 비춰 렌즈를 통해 보여주는 초기 영사기이다. 17세기 독일의 신부이자 과학자인 아타나시우스 키르셔(Athanasius Kircher·1602~1680년)가 처음 개발했다. 사람들은 매직랜턴의 ‘팬텀’(환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넬슨신애니메이션-아트박물관에 전시 중인 ‘매직랜턴’.
넬슨신애니메이션-아트박물관에 전시 중인 ‘매직랜턴’.

-이 많은 장비들을 어떻게 구입했나.

“원하는 장비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바로 달려갔다. 나중에는 옥션 같은데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소장품을 현재의 가치로 따지자면?”이라고 묻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림에 소질이 있었나 보다.

“어릴 적 기관차를 한 번 그렸는데 기관차 모양이 머릿속에 뚜렷이 남았다.  동네 곳곳을 다니며 빈 공간에 기관차를 잔뜩 그려놓았다. 20대 때 신문 독자투고 난에 내가 그린 만화가 실리기도 했다. 서울신문사에 기자로 들어가 시사만화를 그렸다. 대우도 좋았으나 정치 만평에 대한 독자들 항의전화를 견디지 못하고 1년 만에 그만두고 미국으로 갔다.”

할리우드의 세계적인 영화사 워너브라더스 출신 감독이 만든 회사에서 일하던  어느 날 루카스필름으로부터 스타워즈 특수 광선검 제작을 의뢰 받았다.

-‘스타워즈에서 광선검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스타워즈 제작팀이 보낸 필름에는 배우들이 칼자루만 들고 있었다. 단순히 빛으로만 칼을 만든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한두 가지 상상력을 발휘했다. 우선 칼날이 미세하게 떨리게 하고, 그에 걸맞은 소리를 가미해 검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방법은. 

“종이 한 장에 온갖 형태의 칼 움직임을 다 그렸다. 그걸 까만 종이 위에 올려놓고 일일이 칼로 잘랐다. 그리곤 루카스필름 직원에게 하나는 120% 노출을 줘 빛이 새나오게 하고, 다음 프레임은 140%를 주는 식으로 촬영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장으로 하드디스크를 지우는 디가우저에서 나는 소리를 응용했다. 조지 루카스 감독 등 제작자들이 나중에 특수 광선검을 보고 ‘판타스틱’(환상적)이라며 휘파람 불고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특별보너스를 받았겠다. 

“그런 건 없었다.” 

-‘왕후 심청’은 고전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해외에 소개할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가 없었다. ‘왕후 심청’은 기존의 이미지와 달리 활달하고 낙천적인 심청이 캐릭터에 삽살개와 거북이 등 동물을 조연급으로 넣고, 수중 장면은 SF 요소를 가미했다. 7년간 650만 달러의 제작비가 소요됐고, 2005년8월 15일 광복절을 기해 개봉했다.” 

신 관장은 인터뷰 말미에 “초등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기 애니메이션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앞으로 한국의 월트 디즈니, 미야자키 하야오가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넬슨 신 관장 프로필

▷서라벌 예대 서양화과 졸업

▷서울신문 시사만평 기자

▷‘스타워즈’ 광선검 특수효과

▷마블 프로덕션 수석 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장편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 무비’ 총감독

▷장편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 개봉

▷홍익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국제애니메이션필름협회 회장

▷넬슨신애니메이션-아트박물관 설립

▷현 AKOM 프로덕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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