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동심’ 전, 폐허 속 ‘말뚝박기’ 하던 어르신 유년시절의 추억
서울역사박물관 ‘동심’ 전, 폐허 속 ‘말뚝박기’ 하던 어르신 유년시절의 추억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5.03 16:48
  • 호수 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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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식‧정범태 등 사진작가 5인이 포착한 1960년대 전후 어린이 모습

1950년대 ‘어린이날 국수먹는 아이들’, ‘창신동 폐허에서 노는 어린이’ 등

이번 전시에서는 임인식‧정범태‧한영수‧홍순태‧황헌만 작가가 195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찍은 어린이 사진을 통해 현재 시니어 세대의 유년시절을 되돌아본다. 사진은 한영수 작가가 1950년대 중반 포착한 한강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임인식‧정범태‧한영수‧홍순태‧황헌만 작가가 195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찍은 어린이 사진을 통해 현재 시니어 세대의 유년시절을 되돌아본다. 사진은 한영수 작가가 1950년대 중반 포착한 한강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자전거 탄 풍경 ‘보물’ 中)

현재 50대~70대가 어린 시절을 보냈 때만 해도 마을 앞 공터, 동네 골목길, 뒷산 언덕 등 뛰어놀 수 있는 모든 공간이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당시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대신 흙밭과 개울가를 뒹굴고 천진난만하게 놀며 추억을 쌓았다.

이런 5070세대의 어린이 시절을 되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가정의달을 기념해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되는 ‘동심’ 전에서는 임인식‧정범태‧한영수‧홍순태‧황헌만 작가가 아이들의 모습을 포착한 100여점의 사진을 통해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어린이들의 놀이문화를 들여다본다. 

평북 정주에서 태어난 임인식(1920~1998) 작가는 용산 삼각지 부근에서 ‘한미 사진 카메라’점을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서울의 도시 모습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살았던 가회동 집 주변 골목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다수 소개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 1953년 효창공원에서 촬영한 ‘어린이날 국수먹는 아이들’이다. 현 3040세대의 어린 시절 대표 나들이 메뉴는 단연 김밥이었다. 요즘은 정성이 담긴 주먹밥, 캐릭터 도시락 등 부모의 정성과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도시락이 소풍 때 등장한다. 붇는 면의 특성상 면 요리는 젊은 세대들의 소풍 음식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인 세대가 어린 시절 나들이를 나가 국수를 먹는 모습은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조선일보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정범태(1928~2019) 작가는 진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 사진을 발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빼어난 구도와 강렬한 흑백의 대조를 통해,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당시 아이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기록한 사진도 소개한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시장의 목마–공덕동’(1964)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리어카 목마’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동네별로 순회하는 이 놀이기구는 적은 이용료로 즐길 수 있어 놀이공원을 자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든든한 놀이기구였다. ‘시장의 목마–공덕동’은 이제는 생소해진 추억의 놀이기구를 통해 기성세대에게는 옛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개성 출신인 한영수(1933~1999) 작가는 세련된 미적 구도로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포착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가졌다. 또 그는 도시 속의 어린 소녀들을 통해 도시의 단면을 담아왔다. 전시에서는 1960년대 촬영한 ‘서울 명동’, ‘서울 만리동’ 등을 통해 당시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와 함께 말뚝박기(‘서울 충정로’), 줄넘기(‘서울’) 등 골목 곳곳을 놀이터 삼아 노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은 사진도 볼만하다. 

1983년 이산가족 찾기운동,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사진작가로 활동했던 홍순태(1934~2016)는 당시 소외됐던 판자촌을 찾아 서민들의 삶을 기록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흥인지문(동대문) 밖 창신동과 그 주변에 사는 가난하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사실적인 사진들을 전시한다. 흙만 가득한 허허벌판에 널어놓은 빨래들을 배경삼아 뛰노는 아이들(‘화곡동 농가’)부터 다 무너져 가는 ‘창신동 폐허에서 노는 어린이’ 등은 가난으로 인해 혹독했던 1960년~1970년대 유년 시절을 긍정적으로 이겨내려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중앙일보 출판부 사진기자를 지낸 황헌만(1948~2022)은 이번 전시에서는 난지도, 천호동 등 서울 외곽에서 작가가 포착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무 막대기를 주워 칼 싸움을 하는 아이들을 담은 ‘이화동’(1978), 오직 방망이와 공만 가지고 야구를 하는 소년들을 포착한 ‘종로구’(1979) 등을 통해 당시에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흔한 일상을 따듯하게 들여다보는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가정의달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가 가족 모두 서로의 어린 시절을 공감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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