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카피약과 식약청의 고민
[심천칼럼] 카피약과 식약청의 고민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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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은 극미량의 농도라고 할 수 있는 1조분의 1에 해당하는 ‘ppt 단위’만 되어도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발암물질은 단 하나의 알갱이라도 암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이 최근에 발표되고 있다. 식품 첨가물과 식품 포장재나 용기의 유해물질에 관한 선진국들의 고민거리다. 우리나라도 관심이 많다.


그런데, 우리한테는 후진국적인 가짜식품도 아직 고민이다. 한때 향료를 사용한 가짜 참기름이 횡행한 적이 있다. 지난 5월에는 식용유와 중국산 저질 참기름을 6대4 정도로 섞은 가짜 참기름을 유통시킨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저질 참기름에 무엇이 섞였는지도 알지 못한다. 가짜 고춧가루는 또 어떤가. 빛깔이 더 붉고 고와보이도록 인체에 유해한 색소를 함부로 넣어 제조한다.

 

악덕업자들이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에 대한 생각을 할 리 없다. 국민들이 악덕 상혼에 테러를 당하는 후진국적인 모습이다.


어느시대에나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악덕업자들은 나타난다. 하지만 국민경제 수준이 향상되면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행위만은 일벌백계로 철퇴를 내려야 한다.

 

그 피해가 이 사회의 시스템을 믿고, 사회 구성원의 양심을 믿고 삶을 영위하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적발하는 즉시 극형에 처하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


국내 상당수 제약회사에서 생산 시판한 카피약(유명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성분과 함량을 가져 약효가 비슷한 약품)이 효과가 없다는 보도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약을 먹어도 어쩐지 효과가 없더니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고 있다. 카피약은 불법으로 제조한 가짜약품이 아니다. 특허기간이 만료되어 합법적으로 제조한 것이다.

 

그러나 효능이 없는 카피약을 효능이 있다는 식으로 실험결과를 조작한 것은 가짜약이나 다를 바 없다.


어느 세대보다 약에 많이 의존하며 살아가는 노년세대에게는 여간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건 아니다.

 

이러면 외국 제약사의 것만을 선호하는 풍조가 생길 가능성이 많아진다. 제약사들의 설자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외화낭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허기술이 공개된 약품까지 이런다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 건강에도 좋지 않고 사업경제적으로도 막심한 피해를 입는다.


이번에 식약청의 신속한 발표는 평가할만하다. 제약사들의 로비가 있었을 수도 있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을까 고심했을 것을 안다.

 

무역규모가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 이미지가 이번 뉴스로 인해 훼손되는 것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식약청도 책임이 가볍지 않다.

 

이번 일로 몸에 좋을 것이라는 믿음만 있어도 절로 약효가 생기는 ‘플라시보 효과(위약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약품의 효능을 시험하는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이 전혀 없다는 보도는 또 웬 말인가.

 

시험기관 지정제도의 도입 등 조속한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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