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연합회장들은 왜 ‘김호일 회장 즉각 퇴진’ 성명서를 냈나… 김 회장의 전횡에 폭발
대한노인회 연합회장들은 왜 ‘김호일 회장 즉각 퇴진’ 성명서를 냈나… 김 회장의 전횡에 폭발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4.05.13 10:58
  • 호수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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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서면총회로 이사‧부회장 임면권 전권 위임받아

파행적 운영 시정 요구 묵살… 비판하는 연합회장 탄압 나서

조선일보 5월 8일자 31면과 백세시대에 게재된 성명서
조선일보 5월 8일자 31면과 백세시대에 게재된 성명서

[백세시대=조종도 기자] 평생 봉사하는 삶을 살며, 자중자애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여온 대한노인회 전국 연합회장들이 결기를 세우고 ‘김호일 회장 즉각 퇴진’ 성명서를 발표하자, 대한노인회 관계자들을 비롯해 노인회 회원들, 이를 지켜보는 많은 일반 국민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연합회장들로 하여금 현 중앙회장 퇴진 요구에 나서게 했을까.

연합회장들은 현 중앙회장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정관과 절차를 무시한 독단과 파행적 운영을 자행해 온 점에 대해 가장 크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행적 운영의 단초는 김 회장의 취임 직후에 마련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19일 취임 다음날 공문을 보내 서면총회를 통해, 중앙회 이사와 부회장 등 임원 임면에 대해 김 회장에게 전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부회장, 선임이사는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정관에 규정돼 있으나, 이를 중앙회장에게 위임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것도 김 회장 임기(4년) 내내.

연합회장, 지회장 등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이 안건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동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회장이 선출됐고, 새 회장이 대한노인회를 잘 지도해 갈 수 있도록 협조하는 차원에서 찬성한 것으로 대의원들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이어 2021년 정기총회에서 ▷이사 수 확대(당연직 이사 및 선임이사 32인→ 34인 이내) ▷중앙회 직할 지회장(세종시지회장)의 당연직 이사제 등의 정관 개정을 이뤄냈다. 이로써 김 회장이 전횡을 할 수 있는 기본 틀이 완성된다.

연합회장 16명 전원이 회장의 의사결정에 반대하더라도 이사회 과반(17명)에 미달하여 무력화되는 이사회가 꾸려지게 된 것이다. 친동생 김효진을 서슴없이 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후 중앙회는 제동장치가 없는 자동차처럼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일방적 결정 중 하나가 ‘혜인시대 발행’과 관련한 사항들이다. 중앙회는 2022년 1월 7일자를 창간호로 주간 ‘혜인시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중앙회 소식지임에도 유가지(당시 1부 1500원)로 하고 전국 연합회, 지회에 신문을 구독하라는 공문을 지속적으로 내려보낸 것이다.

더구나 “중앙회가 발행하는 ‘혜인시대’를 구독해야 각급회장 피선거권을 갖는다”는 내용으로 ‘각급회장 선출 및 선거관리 규정’을 바꾸려고 시도했다.

연합회장들은 중앙회가 소식지를 발행하더라도 이를 유가로 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 연합회장은 “혜인시대는 홍보기능만 하고 비판과 견제는 전혀 불가한 소식지”라면서 “무료로 보급하는 것은 받아들이겠지만 유가지로 발행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국 회원들의 거센 반발에 ‘혜인시대 구독자’에게만 피선거권을 주려는 시도는 불발로 그쳤지만, 유가지 발행과 신문 보급 요구는 계속 이어졌다. 연합회, 지회에서 유가 구독을 하려면 지방보조금을 사용해야 되는데, 지방보조금으로 지회나 연합회에서 중앙회가 발행하는 '혜인시대' 구독에 사용할 경우 내부자거래에 해당돼 정산시 환수될 수 있어 당초에 무리한 요구다. 

전국 시도연합회장협의회에서 파행운영되고 있는 대한노인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br>
전국 시도연합회장협의회에서 파행운영되고 있는 대한노인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사회와 총회에서 김 회장의 일방적 추진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서면 이사회와 총회를 남발한 점도 연합회장들의 분노를 샀다. 서면 이사회의 경우 안건에 대해 찬반 표시에 그치고, 또 이사회 구성상 다수결에서 중앙회장 측이 절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사회에서 안건 심의도 않고 중요사항을 결정한 황당한 사례도 많다. 노인지원재단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김 회장은 2023년 8월 중앙회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대한노인회체육회를 별도의 사단법인으로 만들기로 하고, 재단기금으로 출연금 확보에 나선 것이 그 한 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연합회장들은 “그동안 중앙회장이 법정(등기) 이사인 연합회장들의 건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자중해왔으나 이제 한계에 달했다”는 등의 분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연합회장협의회는 중앙회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중앙회 이사 30인 이내로 축소 ▷서면이사회 남용 방지를 위한 제한 조항 ▷노인지도자대학장 중앙회 대의원 참여 등을 올해 2월 5일에도 중앙회에 건의했으나 묵살됐다.

오히려 연합회장들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됐다. 연합회를 타켓으로 감사에 나서더니, 전북연합회장 선거(2024년)와 경남연합회장 선거(2022년)가 무효라고 선언하고, 중앙회선관위 이름으로 재선거를 명령하기에 이른다. 그 이유가 “김두봉‧신희범 연합회장이 선거에 출마하면서 ‘중앙회 부회장’을 사임하지 않아 후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중앙회 결정대로 재선거를 하게 되면, 두 연합회장은 피선거권이 박탈돼 출마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는 껄끄러운 두 연합회장을 제거하거나, ‘백기’를 들게 함으로써 연합회장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회장은 이밖에도 가짜 사회복지학 박사 취득, 중고도난청, 고려대 총학생회장이라는 허위정보 기재 등의 개인적 비리와 문제점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공식적인 사과나 개선의지 표명은 없었다.

김 회장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22대 총선에서 자신의 친동생이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노인복지당 선거운동을 위해 지역 모임을 잇따라 열고, 중앙회 직원을 홍보요원으로 가동한 정황마저 드러났다. 중앙회 불법 선거운동은 선관위에 신고돼 집중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리 점잖은 연합회장들이라도 행동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제 공은 김 회장에게 넘어갔다. 순리에 따라 그동안의 과오를 사과하고 사퇴할지, 대한노인회를 더 심한 구렁텅이에 빠뜨릴지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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