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위험 수위 넘은 ‘교제 폭력’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위험 수위 넘은 ‘교제 폭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5.13 10:38
  • 호수 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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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북어와 마누라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부드러워진다니까.”

몇 해 전 지인들과 식사하고 있을 때였다. 옆 테이블에서 술에 잔뜩 취한 한 남자가 이렇게 떠들고 있었다. 시대착오적인 발언에 주변의 시선이 몰리자 남자는 들으라는 듯이 “요새는 이런 말만 해도 가정폭력범 취급한다”며 볼멘소리를 이어갔다. 다행히 남자와 함께 식사하던 일행의 만류로 작은 소동은 마무리됐다.

지난 4월 22일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여자친구의 어머니까지 중상을 입혀 구속기소된 김레아(26)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특히 김레아는 1월 25일부터 시행된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머그샷 공개법)에 따라 공개된 1호 머그샷으로도 범죄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김레아는 3월 25일 오전 9시 35분쯤 경기 화성시의 거주지에서 여자친구인 피해자 A씨와 그녀의 어머니 B씨에게 과도를 휘둘러 A씨를 살해하고, B씨에게 전치 10주 이상의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를 받는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김레아는 A씨에 대해 강한 집착을 하며 폭력적인 성향을 보여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레아는 A씨와 다투던 중 휴대전화를 던져 망가뜨리거나, 주먹으로 팔을 때려 멍들게 하는 등 폭력적 성향을 보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사건 당일 A씨와 B씨가 함께 찾아와 이별을 통보하려 하자,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혼자 힘으로 김레아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어머니와 함께 그를 찾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리고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에서 교제 폭력에 의한 살인 사건이 또 발생했다. 특히 범인이 몇 해 전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한 의대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이에 앞서 5월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국내 최고의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가 별거 중인 아내를 살해한 사건을 다룬 직후여서 여파가 더 컸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1만3939명에 달한다. 2020년 8951명 대비 55.7% 증가했다. 교제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세 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교제 폭력 증가의 원인 분석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와 같은 민생 법안 처리에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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