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어느 날의 빗방울이 되어
[디카시 산책] 어느 날의 빗방울이 되어
  •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 승인 2024.05.13 11:05
  • 호수 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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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빗방울이 되어

은밀과 심란의 경계를 자꾸 허문다

덧칠할수록 한통속이 되어가는 

5월 어디쯤

나의 초원이 완성되네


5월 어느 날 비가 오고 세상이 비에 젖어 시야가 흐려진다. 나무와 집과 강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은밀을 가장한 하루가 빗속에서 심란해진다. 비에 젖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가는 동안 초록은 더 싱싱해지고 생각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 비는 사선이었다가 방울이었다가 마침내 물이 되어가고 저 텅 빈 의자에는 수없이 많은 비의 흔적들이 앉았다가 사라진다. 어느 날의 빗방울은 허공을 적시는 마법사의 지팡이였는지도 몰라. 그리고 마침내 봄의 끝자락에서 모든 초록이 한통속으로 되는 초원이 태어나는 법이지. 위대한 연대, 5월은 여름의 자양분으로 그 역할에 충실할 뿐 계절의 여왕이라는 영광도 장미의 계절이라는 화려함도 그저 허울일 뿐, 어느 날의 빗방울이 되어 새 생명을 살릴 뿐.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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