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주름살 잡히는 노인복지 지출
[금요칼럼] 주름살 잡히는 노인복지 지출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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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1일 현재 국내의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은 961명으로 밝혀졌다.

 

모처럼 듣는 밝은 화제가 아닐 수 없다. 장수자 수는 2000년의 934명에 비해 22.9%(27명)가 늘어나 1000명에 육박함으로써 한국 노인들의 건상상태가 그 만큼 향상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노령사회의 도래는 충분한 대비가 되었을 때 축하할 일이지 준비 없이 맞이하는 노령사회는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노인복지가 불충분한 사회에서는 노인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 속에 살다가 생을 마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파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장수자 숫자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결코 많지 않다.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0세 이상 장수자가 2만3000명에 달한다.

 

한국과의 인구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의 장수 노인들은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셈이다. 일본과 같은 비율이 되려면 한국의 경우 7000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면 왜 이런 차이가 나올까. 유전학적 특성이 한국인과 비슷한 일본인이 더 오래 사는 것은 생선 위주의 식생활을 비롯해서 맑은 공기 등 좋은 생활여건의 덕이 크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노인들은 한국의 노인들에 비해 많은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우선 몇 가지만 소개해 보자.


일본의 노인들은 대부분 최소한 월 10만엔 정도의 국민연금을 받고 있으며 직장인 출신은 월 30만엔 정도의 후생연금을 받고 있다.

 

공무원 출신들은 공제조합에 가입해 재직 시 급여의 일정 비율을 연금으로 지급받고 있으므로 더욱 유복하다. 일본 노인들은 이렇게 자신의 수입이 보장됨으로써 대개는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에는 노인복지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 연금보다는 일할 기회라 해서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기업에서는 자기 회사 퇴직사원을 재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비 지원은 한층 잘 되어 있다.


부부 합산 연간수입이 520만엔 미만의 70세 이상 노인이면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외래의료비의 10%만 부담하며, 치료비가 많이 드는 특정 질병의 경우는 1개월에 최대 4만2000엔만 내면 되고, 병든 노인은 월 6만4000엔을 내면 전국 38만개의 요양병상에서 일생을 마칠 수 있다.

 

또한 이들 노인들이 죽는 경우에는 10만엔 이상의 장례비가 지급되어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수발을 위해 개호(介護)보험제도가 한국보다 훨씬 앞선 2000년부터 실시되어 40세 이상에게는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그 대신 수발비용의 10%만 내면 개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아직 서유럽 국가들보다는 못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가히 ‘노인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8일 발표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시안을 보면, 한국은 2050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 때 가면 세계의 노인비율이 한국(37.3%), 일본(36.5%), 스페인(35.0%), 독일(27.9%), 스웨덴(27.1%), 프랑스(26.4%), 미국(20.0%) 순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물론 현재의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는 경우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민간단체가 아닌 복지부가 이런 예측을 내놓은 것은 무엇보다 출산율이 초고속으로 줄어들어 작년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맹국 평균인 1.6%에 훨씬 밑도는 1.08%로 떨어진 충격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기야 2050년이라면 지금부터 44년 이후여서 그 먼 앞날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정확히 알겠는가. 그러나 요즘과 같은 경제 불황이 지속되어 자녀 출산기피 현상과 결혼 및 출산연령의 연장이 계속된다면 꼭 그렇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마련한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에 책정된 32조원의 재원이 제대로 마련될까 걱정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그 예산마저도 발등의 불이 된 저출산 대책에 치중되어 노인복지 쪽은 순위가 밀리고 있다. 하기야 일본 역시 저출산 대책을 세우기 위해 기왕의 노인복지를 줄이는 경향이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노인복지 정책을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못한 시점에서 저출산이라는 복병이 나타났고 재정압박 때문에 노인복지가 등한시 된다면 영원한 노인복지 후진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조직의 팽창과 공무원의 과도한 증원으로 연간 인건비가 김대중 정부 때 보다 40%(5조원)나 불어난 20조4천억원을 돌파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다른 분야에 예산을 방만하게 쓰면 노인복지의 확대를 위해 쓸 돈은 점점 마련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남시욱 세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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