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문화, 우리 노인이 직접 만들죠”
“노인문화, 우리 노인이 직접 만들죠”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11.17 10:21
  • 호수 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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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직접 기획·제작·관람까지 ‘척척’
▲ 제2회 서울노인영화제가 지난 10월 14~16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가운데 하루 1000여명의 어르신들이 영화를 관람했다.
노인들의 문화생활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기껏해야 수동적으로 관람하고 즐기는 수준에서 머물렀다면 이젠 어르신들이 직접 노인문화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또 노인전용 문화공간 등 마음껏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장이 속속 선이보고 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정순석(67)씨는 퇴직 후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집에서 머무는 날이 많아 지루함을 느낄 때 쯤 딸이 취미생활에 사용하라며 캠코더를 선물했다. 캠코더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곧 익숙해졌다.

손녀딸의 재롱이나 가족들의 일상을 캠코더에 담았다. 그렇게 촬영한 단편 영상만 해도 120편. 영상에 대한 관심이 날로 깊어져 지난 2004년 마산MBC미디어센터를 찾았다. 이곳에서 정씨는 다양한 영상기법을 배웠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 올해 서울노인영화제에서 ‘눈물에 얼룩진 글자’를 선보여 감독상을 수상했다.

정순석씨는 “남이 만든 영상을 보는데 만족하다 직접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니 그 재미가 쏠쏠하다”며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열린 ‘서울노인영화제’가 서울 종로에서 열렸다. 이 영화제는 미디어문화에 소외됐던 어르신들이 직접 영화제작에 참여함으로서 활기찬 노년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것.

영화제 출품작은 어르신들이 직접 기획을 비롯해 촬영, 편집, 시나리오, 해설까지 모두 스스로 만들어 더 의미가 깊다. 해가 갈 수록 인기도 높아져 올해는 하루 1000~2000여명의 관객들이 찾아 그 솜씨를 감상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이 연극이나 영화 주인공이 돼 노인인권을 비롯해 노인학대, 노인소비자 피해 문제 등의 심각성을 알리며 노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직접 조명하기도 한다.

또 어르신들이 유명산이나 바다를 다니며 찍은 사진전이나 묵으로 그린 글씨와 그림 등을 전시회도 있다.

경기 안산시 어르신 정보화교육기관인 ‘은빛둥지’는 11월 20~25일 경기 안산단원미술관 제전시실에서 100여점의 사진을 전시한다. 65세 이상 30명의 어르신들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 포토샵과 디지털카메라 조작법 등을 배워 출품한 작품들이다.

특히 이 전시회는 외부의 특별한 지원 없이 어르신들의 사비와 자원봉사를 바탕으로 노인 스스로 마련하는 사진전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춘천시립노인복지회관도 11월 16~18일 어르신들의 글과 그림 77점을 전시하는 ‘만천고을 묵향전’을 개최했다. 전시회에는 하루 150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노인전용 극장도 하나 둘 개설돼, 어르신들만의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노인전용극장으로 손꼽히고 있는 서울 종로 ‘실버영화관’은 '벤허' '맘마미아' 등 총 31편의 영화를 상영, 현재 5만명 이상이 극장을 찾을 정도로 노인전용극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법영화관은 서울시가 지난해 실시한 노인욕구 조사 결과, ‘문화 활동’(28.4%)에 대한 욕구가 ‘건강 활동’(38.4%) 다음으로 높게 나타난 가운데 문화 영역 중에도 영화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해 들어서게 됐다.

이 극장은 만 57세 이상 관객은 단돈 2000원으로 저렴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고, 신작뿐만 아니라 추억이 어린 고전영화를 볼 수 있어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20~26일에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81년 작)’이 상영된다.

경기도 안산시시설관리공단도 문화체험의 기회가 부족한 어르신들께 추억의 영화 관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올림픽기념관 소극장(시설관리공단 내)에서 ‘브라보 청춘극장’을 문 열었다.

지난 10월 19일 문을 연 극장은 안산지역 60세 이상 노인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월 첫째, 셋째 주 월요일 오후 2시 올림픽기념관 소극장에서 정기적으로 상영한다.

추억의 영화 외에 최신 상영작도 저렴한 가격(1인당 1000원)으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1월 30일에는 ‘과속스캔들(2008년 작)’이 상영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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