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5월이 하는 일
[디카시 산책] 5월이 하는 일
  •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 승인 2024.05.27 10:03
  • 호수 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이 하는 일

5월의 흙이 연두를 풀어놓으면

5월의 바람이 꽃물을 뿌리면

5월의 햇살은 안개를 뚫고 온

몇 알의 비밀을 키우고 있을지 몰라

발밑에서


자주감자꽃이 피었다. 하얀 감자는 흰 꽃을 피우고 자주감자는 꽃의 빛깔도 자주색을 띈다. 향기도 있어서 벌과 나비가 끊이지 않는다. 감자 꽃이 지고나면 방울토마토만한 열매를 맺지만 요즈음은 개량이 되어서 꽃만 피고 열매는 맺지 않는다고 한다. 5월 텃밭에 나가보면 흙 속에서 올라온 연두가 어느 사이 초록으로 건너가는 부지런한 발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이 불어와 꽃물을 흩뿌리면 그 향기 맡으러 매일 새벽마다 올라오는 안개들, 그 비밀스런 면사포 아래에서 굵고 실한 비밀들이 쑥 쑥 크고 있다. 아, 오월! 한 계절과 한 계절의 경계,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더 빼곡하고 더 뜨겁지만 더 느릿해지는 감각이 감성을 통제하려고 한다. 오월이여, 천천히 마음껏 머물다 가라.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