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30주년 맞는 쓰레기 종량제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30주년 맞는 쓰레기 종량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6.10 11:10
  • 호수 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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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김영삼(1929~2015) 전 대통령은 임기 말 터진 IMF 구제금융 요청으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임기 중 여러 개혁적인 정책을 통해 현재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다. 지난해 개봉한 ‘서울의 봄’이 인기를 끌면서 재조명받은 하나회 척결을 비롯해, 검은돈과 지하경제를 상당 부분 혁파해내는 원동력을 제공한 금융실명제 도입, 풀뿌리 민주제의 틀을 확립한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부동산 투기와 조세포탈‧재산은닉 등의 수단으로 악용됐던 명의신탁 제도를 금지하는 부동산실명제 도입 등으로 임기 중 9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도입돼 현재까지 이어지는 또다른 대표적인 제도가 ‘쓰레기 종량제’이다. 쓰레기 종량제는 1994년 4월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해 이듬해 1월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현재는 자연스럽게 종량제 쓰레기 봉투를 구매해 버리지만 도입 당시에는 환영받지 못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의 쓰레기 문제는 심각했다. 1인당 생활 쓰레기 배출량은 1985년 514㎏에서 1991년 778㎏까지 증가했다. 쓰레기량이 급증하면서 매립지와 소각장 부족은 만성적인 사회 문제가 됐다.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정책 추진에 국민들은 “왜 쓰레기를 버리는데 돈을 내야 하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관련 공무원들은 살해 협박을 받을 정도였다. 이때 김 전 대통령은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에 환경처를 도우라고 지시해 정책을 추진하는데 그치지 않고, 환경처를 환경부로 승격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돈을 내도록 정책이 바뀌자 한동안 전국 곳곳이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종량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된 지금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적인 환경 정책으로 꼽힌다. 일본과 대만도 한국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정비했다.

그렇다면 효과는 있었을까. 종량제 시행 후 한국 1인당 생활 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350~380㎏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당시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하지 않았으면 어떤 세상이 펼쳐졌을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지난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었다. 종량제 도입으로 쓰레기 배출을 조금 억제하는데 성공했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이로는 부족하다. 실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이 늘면서 1인당 배출량도 2022년 446㎏을 기록하는 등 반등하는 추세다. 종량제를 넘어선 새로운 정책을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 조성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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