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아버지
[디카시 산책] 아버지
  •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 승인 2024.06.10 11:21
  • 호수 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말하지 않고도 말하는 법을 안다

온 몸으로 방패가 되는 법도 안다

 

우리는 품 안에서

연꽃처럼 피어나기만 하면 된다


아버지가 지나가다 누군가 만들어서 걸어놓은 연등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것도 담지 않은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붉은 연등. 어떤 간절한 소원을 빌고 있는 것일까.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정년을 앞두고 깊어지는 시름일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버지이지만 우리는 때로 야윈 어깨만 봐도 아버지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다. 혼자 끌고 가는 가족이라는 생계를 때로는 벗어버리고 싶지는 않았을까.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들이 모진 세상 풍파를 모르고 살아가도록 온 몸으로 방패막이가 되어 왔다는 것을 가족들이 몰라줄 때, 서운하지는 않았을까.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버지여서 말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목울대 안으로 삼키며 혼자 감당해온 그 시간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아버지는 당연히 그래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 아버지들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법을 안다. 그리고 기꺼이 우리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왔다. 어찌 그 은혜를 잊을 수 있겠는가.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