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 ‘9순 어머니와 퍼즐 맞추기’ 노인감독부문 대상
제16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 ‘9순 어머니와 퍼즐 맞추기’ 노인감독부문 대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4.06.10 14:09
  • 호수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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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구 감독, ‘어머니와 살던 곳의 기억’ 퍼즐처럼 맞춰 ‘마을 지도’ 완성

‘늙지 않는 노인’ 주제… 청년감독부문 대상은 김나경 연출 ‘물건의 주인’

전 세대가 소통하는 영화제로 자리잡은 제16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5일간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사진은 이번 영화제에서 단편경쟁 노인감독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강헌구 감독의 ‘9순 어머니와 퍼즐 맞추기’의 한 장면
전 세대가 소통하는 영화제로 자리잡은 제16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5일간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사진은 이번 영화제에서 단편경쟁 노인감독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강헌구 감독의 ‘9순 어머니와 퍼즐 맞추기’의 한 장면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사래이마을은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있었던 자연부락으로 1960~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여러 가구가 오순도순 살아가던 정다운 마을이었다. 반백의 강헌구 씨와 그의 90대 노모도 희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강 씨는 어느 날 백발의 노모와 함께 대형 화이트보드에 지도를 그려가며 그 당시 마을 풍경을 떠올린다. 노인이 된 아들과 더 나이가 든 백발의 어머니는 그 시절 희노애락의 퍼즐을 함께 맞춰나가며 이 모습을 12분짜리 다큐멘터리에 담아냈다. 그리고 이 작품은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진행된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 출품돼 많은 관객들을 뭉클하게 만들었고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노인과 청년 등 전 세대가 함께하는 글로벌 영화 축제 ‘제16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영화제는 ‘늙지 않은 노인’을 콘셉트로 급격한 변화 속의 노인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며, 노인이 미디어 콘텐츠의 주체로서 권익과 삶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전 세대가 감독과 관객으로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기획됐다.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에서 5일간 진행된 영화제는 첫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개막식에서는 단편경쟁부문 본선에 오른 작품에 대한 서울시장상 수여, 올해 콘셉트를 담은 트레일러 및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이 진행됐다. 

개막작으로는 안드레아 베스콘드, 에릭 메타이어 감독이 공동연출한 프랑스 영화 ‘빅 키즈’가 상영됐다. 급식 중단 문제로 인근 요양원 식당을 이용한 초등학생들의 실제 경험담을 담은 영화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는 사회시스템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단편경쟁부문에는 노인부문 12작품, 청년부문 15작품, 국제단편경쟁부문엔 20작품이 진출했다. 본선진출작들은 멀게 느껴지지만 그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의 이름을 확인하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가족에게 묻다’, 시스템의 빈틈을 예리한 시선으로 추적하는 ‘사각지대’,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안고 깊은 통찰의 시선을 보여주는 ‘생과 수레바퀴 밑에서’ 등 10개의 섹션으로 구성해 5일간 무료로 상영됐다. 

심사결과 올해 노인감독부문 대상은 강헌구 감독이 연출한 ‘9순 어머니와 퍼즐 맞추기’가, 청년감독부문은 김나경 감독이 연출한 ‘물건의 주인’이 대상을 수상했다. ‘물건의 주인’은 여주인공 ‘아라’(주가영 분)가 어머니 ‘정숙’(안민영 분)과 함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인 ‘카세트 플레이어’를 중고거래를 통해 정리하려다 ‘유품’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그려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영화제집행위원장인 지웅 스님(가운데)과 노인감독부문 대상을 받은 강헌구 감독(오른쪽), 청년감독부문 대상을 받은 김나경 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화제집행위원장인 지웅 스님(가운데)과 노인감독부문 대상을 받은 강헌구 감독(오른쪽), 청년감독부문 대상을 받은 김나경 감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 국제단편경쟁부문 대상은 스톱모션으로 제작된 애니매이션인 ‘우리를 둘러싼 공기’(로냐 엘러스, 이네스 필리파 팔마 마틴스, 멜리사 파비엔 클라인, 루시아 아르틸레스 데 우리오스테 감독 공동연출)에게 돌아갔다.

강헌구 감독은 “94세인 어머니가 과거에 사셨던 마을 얘기를 계속하시는데 이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했다”면서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마을 지도를 한번 영상으로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수상으로 이어져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수상은 노인감독부문 ‘완숙씨의 외장하드’(감독 박율례), 청년감독부문 ‘그냥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감독 남현우), 국제단편경쟁부문 ‘해가 지기 전에’(before the sun sets, 감독 나니 마토스)가 각각 수상했다.

이와 함께 심사위원 특별상은 ‘불꽃’(감독 양재노인종합복지관 기대공작소)이, 시니어배우상은‘엄마의 시간’(감독 조완식, 노인감독부문)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 영실을 연기한 박혜숙 씨에게 돌아갔다. 영화제의 자원활동가 시스프렌드가 선정한 시스프렌드상에는 노인감독부문 ‘사라지는 것들-뻥튀기아줌마’(감독 운현선), 청년감독부문 ‘다정 씨 2.0’(감독 김윤범)이 수상했다. 

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하반기 ‘찾아가는 서울국제노인영화제’ 등을 통해 다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찾아가는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외에도 많은 이들과 노인영화제의 가치를 나누고자 지역 곳곳을 순회 상영하며 영화도슨트의 해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영화제집행위원장 지웅 스님은 “작은 발표회로 시작된 서울국제노인영화제의 위상이 해를 거듭하며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그만큼 세대 간의 이해와 공감도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데, 영화제를 통한 5일간의 여정이 노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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