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일산구지회 노인대학
고양시 일산구지회 노인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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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1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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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사회 새노인상 심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노인은 젊은이들처럼 빠르게 문화를 받아드릴 수 없다. 준비가 안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은 항상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거나 사회구성원으로써 당당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노인상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드릴 준비를 하고 구성원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깨우쳐야 한다.”

 

여든 살의 노장을 이끌고 아직도 노인대학 강단에서 교양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이종탁 일산구지회 부설노인대학 학장(이하 이종탁 학장)의 말이다. 노년시대는 전국의 노인대학 탐방기사를 이번 호부터 연재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 사회구성원으로써의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노인대학을 살펴보면서 개인에서부터 가족과 사회가 어떠한 위치에서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사)대한노인회 고양시 일산구지회 부설노인대학(이하 노인대학)은 일산호수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공원 곳곳에서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 자전거전용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다양한 교육=노인대학 정문에서부터 앞마당 벤치까지 적게는 두 세명, 많게는 십 여명의 노인들이 모여 밝은 얼굴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쉬는 시간을 틈타 대강당에서는 할머니들의 노래자랑이 한창이다.

 

잘하는 동료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고, 조금 실수라도 하는 벗에게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농담이 오간다. 웃다가 박자를 노친 할머니는 금방 다른 곡을 선별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마디 불평도 없다. 지하로 내려가는 긴 복도에는 노인들의 건강을 돌봐주는 진료소가 있다.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돈이 걱정인 노인들이 주로 찾는다.


지하 당구장에는 내기 당구를 치는 노인들이 진지한 얼굴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실력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 즐거운 모습이다. 그 옆 입구쪽으로 길게 늘어선 컴퓨터에서 박모(72·경기 고양시)씨가 자신의 메일을 확인하고 있다. 여기는 한마디로 노인천국이다.


박모씨는 “여기에 오는 노인들은 모두 활기차고 능동적이다”며 “다양한 교육과 친구들을 사귀니 생활에 활력이 넘치고 내가 주체가 돼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컴퓨터도 배워 이제 손주들과 메일을 주고받을 정도가 됐다”며 기뻐했다.


노인대학 노인은 얼굴부터 변한다=수업이 있는 매주 금요일마다 900명 정도의 노인들이 노인대학을 찾는다. 오전·오후로 나뉘어 1교시 교양강좌와 2교시 취미·오락 시간을 갖는데, 젊은이들이 다니는 대학과 차이가 있다면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것을 제외하고 수업에 대한 진지함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종탁 학장은 “노인대학에 오는 노인들을 잘 살펴보면 얼굴과 외형에 차이가 많이 있다. 즐겁게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어울리니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공동생활에서 자신의 역할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노인대학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노인대학의 수업은 가요, 민요배우기, 고전무용, 서예 등이며, 교양수업은 매번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하거나 다른 시간으로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일산노인대학은 좀 다른 모습이다. 교양과목을 학장이 직접 그것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김인권 노인대학 사무국장은 “학생들의 마음을 제일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 학장이 직접 교육을 챙기고 있다”며 “매번 다른 주제로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장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학장이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가르치는 것에 대다수의 노인들이 무척 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양수업이 끝나고 음료수나 집에서 싸온 과일을 전하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고. 

함께하는 사회, 새로운 노인상 만든다=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노인의 모습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며, 누군가는 그들을 돌봐야 한다. 그러나 노인대학의 노인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일이든 스스로 알아서 하고 함께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함께 하면서 즐겁게 살게 됐고,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나보다 남을 위할 때 좀더 보람 있는 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노인대학의 가장 긍정적인 역할은 노인 스스로 사회구성원임을 자각하고 공동체 생활을 받아드리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새로운 문화를 받아드릴 준비를 하고 사회 구성원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이종탁 학장은 “새로운 노인상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생활의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노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가정의 화목과 개인의 건강 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고령자가 증가하는 것에 따른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그를 충족시킬 만한 프로그램이나 시설, 교육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대학 시설 부족하다=빠르게 변화하는 문화를 받아드릴 수 있게 준비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깨우치는 것이 새로운 노인상의 출발이라면 과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이종탁 학장은 “노인들의 새로운 문화와 노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인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 많이 생겨야 한다. 그러나 노인 인구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실제 노인의 욕구에 부합하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이런 교육시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이 사회 구성원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고 그 삶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한 문제는 더 이상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없다.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고, 신체의 건강은 정신의 건강을 가져와 노인 사회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런 노인상을 만들기 위한 교육시설의 수를 늘리고 노인 욕구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만 남았다.


조경숙 기자

 

꿈·희망 갖고 건강하게 산다

장말란 노인대학 학생

교양수업을 오전·오후 모두 듣고 그것도 모자라 수업내용을 주위의 벗들에게 알리고 있는 ‘열혈’ 노인대학 전도사가 있다. 여든 셋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기찬 장말란(83·서대문 남가좌동)씨를 만났다.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이 나이에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살면서 모르고 지냈던 것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특히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 알거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참 크다.

-어떤 수업이 제일 기다려 지는가?
가요, 민요, 고전무용, 서예 등 다양한 수업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교양수업이 제일 기다려진다. 매번 다른 주제로 재미있게 강의해줘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노인대학의 좋은 점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라도 더 나와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스스로 건강도 챙기게 되고 안하던 화장도 하게 된다. 내 삶이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변했다.

-노인들이 활기차 보인다. 어떤 이유라고 생각하는가?
노인대학에 나오는 노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산다는 사실을 알고 조금씩 실천하기 때문에 활기차게 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인대학을 나오면서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끼고 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 나이에 바랄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도 한 가지 말하라면 노인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신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 집에서만 있으면 빨리 늙고 병도 생긴다. 친구들과 많이 만나고 얘기하면 자연히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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