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 고목에도 꽃은 핀다
"자, 고소인 잘보세요. 여기 이 고소장 댁에서 제출한 것 맞지요?” “예, 저하고 오빠가.”
“그리구 여기 첨부한 상해 진단서도 맞지요?”
“예, 그때 제가 아래에 상처를 좀….”
“그리구, 그 당시 입었던 이 옷도 고소인의 옷이 맞지요?”
“네 맞아요. 팬티까지….”
“그럼 피의자가 택시에 강제로 태워서 호텔로 갈 때 왜 반항을 하지 않았나요? 그랬다면 택시 기사가 도와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당황스럽고 챙피해서….”
“자, 피고소인! 지금 피해자 말 잘 들었지요?”
“이것 봐! 채연숙! 너 이제 보니 완전히 꽃뱀이로구나. 못된 년!”
“원장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 보구 꽃뱀이라니요?”
이때였다. 수사과에 불쑥 나타난 애꾸 김상원이 시커먼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와 대뜸 담당형사에게 ‘이 새끼 당장 구속시키지 뭘 자꾸 물어요?’라고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넌 도대체 뭣하는 놈이야? 어디 젊으나 젊은 새끼가 해 처먹을 짓이 없어 이따위 연극을 꾸며 생사람 잡아 가둬놓고 돈이나 울궈 낼 그런 야비한 짓을 꾸며?”
하면서 장준식이 젊은 날 단련한 스포츠맨 자세로 주먹을 불끈 쥐고 호통을 치자 약간은 기세가 꺾어진 그들의 모습이다.
“아아, 싸우지들 마세요. 여기가 당신네들 안방도 아니구.”
형사도 뭔가 눈치를 챈 듯하면서 잠시 준식을 밖에 나가 있다가 10분 후에 다시 들어오라고 하면서 안경을 벗고 이마에 땀을 닦는다.
화장실로 나오자 마침 윤보라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선생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 전화도 안받으시구.”
“아아, 예 아직 윤 여사 서울에 있어요?”
“네. 며칠 볼일을 더 보구 내려 갈려구요. 아직 사촌언니집에….”
“아, 그럼 잘됐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빨리 우리 집으로 달려가서 안방 문갑 서랍을 뒤져보면 사진들이 몇 장 있을거요. 그 사진 속에 나하구 채간하구 눈이 많이 온 날 놀러가서 찍은 사진을 급히 찾아서 여기 강북경찰서 수사과로 급히 좀 갖다주세요. 집 열쇠는 경비실 아저씨가 윤 여사를 잘 아시잖아.”
“네 선생님, 경찰서라구요? 왜 선생님이 경찰서에….” 깜짝 놀란 윤보라의 목소리는 상당히 떨고 있었다.
윤보라는 즉시 택시를 잡아타고 장원장의 집으로 달려가서 서랍을 뒤졌더니 원장의 말대로 그 여자 채 간호사와 함께 찍은 사진 3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진은 분명히 채 간호사가 원장의 팔에 매달려 환하게 웃고 있었으며 또 한 장의 사진은 그녀가 원장을 뒤에서 껴안고 하체를 밀착 시킨 채 상당히 다정한 연인관계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지금의 연인이 된 윤보라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할 정도의 질투가 일어날 정도의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필경 장원장이 이 여자에게 뭔가 단단히 발목이 잡힌 듯한 그런 예감이 들어 사진을 얼른 핸드백에 챙겨 넣고는 대기 시켜둔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달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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