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김영삼 前대통령 ③
[장수하는 한국의 대통령들] 김영삼 前대통령 ③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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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도 후 “아부지…” 문안전화로 하루 시작

본지는 우리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대개 장수하는 데 주목하여 은퇴한 노인으로서 겪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세월의 무상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습니다. 공과 과가 있겠으나 어차피 전직 대통령들은 우리 역사입니다.
본지는 정치적 평가나 정파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전직들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선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며 인간적인 관심사와 삶의 즐거움, 건강생활, 원로로서의 자리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지는 나라와 민족에게 불의한 일이나 좋지 않은 역사에 대한 평가와 의의에 대해서는 다음 기획시리즈로 미뤄두고, 기왕의 기획시리즈를 계속하며 ①이승만 ②윤보선 ③박정희 ④전두환 ⑤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여섯 번째로 김영삼 전 대통령 편을 연속 게재합니다. 백세시대 독자 여러분의 ‘건강 노년·문화 노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병로 대기자(작가)〉
 ※사진출처:국가기록원


게임이나 싸움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은연중에 약자 편을 든다.

 

세상의 수많은 전설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작은 다윗 소년이 거인같이 힘센 골리앗을 이기는 식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힘이 없거나 불리한 조건에서 승리해내는 기적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부잣집 아들인 김영삼 대통령이나 윤보선 대통령이 한국 야당 지도자로 억압을 받으며 오래 활동해온 경력은 역사적으로 여간 아이러니가 아니다. 어린 시절에 상대적으로 빈한하게 성장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의 대통령들이 유복한 김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억압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인의 유복한 가정환경이 장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간디가 그랬듯이 오히려 국민적인 추앙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정치적으로 명문가에서 다수가 배출되고 있다. 김 대통령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것도 비슷하다.


김 대통령의 경우는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아버지에 대한 지극한 효성이다. 외동아들로 버릇없이 성장했을 가능성이 많은데, 효도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김기수 현 비서실장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침상에서 잠깐 기도를 하고,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마산 아버지한테 문안전화를 드리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부친 김홍조 옹은 올해 97세.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런 정도의 고령 부모에게 문안전화를 하는 것은 누구라도 생각할 만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수십년 아침 문안인사


그런데 김 대통령의 이 문안전화의 역사가 아주 길다는 얘기다.

“아부지, 저 영샘입니다. 별고 없으시지예?”


전기 ‘인간김영삼’에 소개된 아침 문안전화 대목이다. “그래 괜찮다. 별일 없제이?” 김기수 비서실장은 “전화 통화가 잘 안 되고 시차가 틀린 외국에 나가서도 반드시 아침 문안인사를 했습니다”라면서 그러면서 “각하의 장수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그런 효심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라고 했다.


 

이런 효심에 국민들은 감동한다.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흐르는 효도하는 마음과 내리사랑하는 마음에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이럴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연로한 두 사람의 노화를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터이다. 효심이 장수하는 비결일 것이라는 김기수 비서실장의 말이 수긍이 간다. 웬만한 스트레스는 이런 사랑과 효심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알려져 있다시피 섬 소년 김영삼이 대통령이라는 국가 최고지도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부친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나, 경쟁자보다 늘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어장을 소유한 부자 아버지의 각별하고 자상한 사랑 덕분이었다.

 

그런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뇌물이나 이권사업의 리베이트 같은 부정한 돈에 자유로울 수 있었고 야당 지도자로서 30여년 이상 탄압이나 회유공작에도 당당할 수 있었다. 국민은 그런 김 대통령에게서 희망을 보았고 그 지지자들은 그래서 받들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소신이 흔들리지 않은 카리스마를 보인 대통령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금융실명제 실시와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없앤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금융실명제의 경우는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있을 뿐 아직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효성 이야기가 나왔으니, 김 대통령이 젊은 시절에 여읜 어머니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1960년, 집에 침입한 무장간첩이 쏜 총에 맞아 작고했으나 아버지 못지않게 어머니의 그늘도 컸다. 세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일화가 있다.

 

김 대통령 스스로 “여섯 살 때 술 취해 쓰러진 엿장수의 좌판에서 ‘담뱃대를 훔쳐 집으로 가져가 아버지께 드리자’고 했다가 어머니로부터 흠씬 두들겨 맞았다. 이때 맞은 매가 양심에 따라 바르게 살라는 채찍질이 되었다”고 여러 자리에서 술회했다. 손이 귀한 부잣집 외동아들로 할아버지 할머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음에도 모나지 않고, 자기밖에 모르는 안하무인이 안 되었던 것이 어머니의 속 깊은 가르침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당당한 지도자 김영삼’에도 외동아들과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대목이 있다. “그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니까 어머니는 나를 차지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틈만 나면 나한테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참 자상하고 훌륭한 분이었죠.

 

장목에서 하숙을 할 때, 토요일만 되면 어머니가 그리워 견디다 못해 외포리(고향마을)로 떠납니다. 깊은 산을 혼자 넘을라치면 무서워서 반은 죽습니다. 집에 와서 어머니를 뵙고 월요일 새벽에 집을 나서서 학교로 가곤 했습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온 집안 기독교 믿어


같은 책에 김 대통령의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좀 더 살펴보자. 김 대통령이 결혼한 직후 신접살림을 보살피기 위해 이따금 상경했지만 어머니는 어려운 교통사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하나라도 더 가져다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아들은 하루라도 더 머물기를 간청하고, 어머니는 조금이라도 괴롭히지 않으려는 마음에 이내 거제로 내려가곤 했다.

 

 

김 대통령의 모친은 특히 이웃과 자식들의 친구들에게 손수 장만한 음식을 나누어주는 것을 큰 기쁨으로 알았다. 인정 많고 그릇이 넓은 어머니의 성정을 고스란히 김 대통령이 물려받았다. 그것이 리더십의 원천이 되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또 하나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김 대통령이 믿는 종교는 기독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교회의 집사였고, 부친 김홍조 옹은 장로, 모친은 작고할 당시까지 집사였다. 일찍이 개명한 전형적인 기독교 가문인 셈이다. 섬이나 바닷가 마을이 대개 토속 신앙을 믿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독교 가문이라는 것은 무척 특이한 일이다. 그만큼 독실하다. 그럼에도 집에 탁발스님이 온다거나 하면 김 대통령의 어머니는 늘 푸짐하게 시주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교회에 나가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서울 충현교회의 장로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청와대 시절에도 아침 예배를 하면서 여론이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기도하셨습니다”라고 한다.

 

예배를 보기 위해 교회에 나가게 되면 교회 입구에 검색대를 설치하여 검색하는 등 경호상 문제로 신도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예배는 여론을 수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전국의 목사들을 바꿔가며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보면서 민심의 동향을 살폈던 것이다.


빈발했던 대형 사건사고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때도 기독교 신앙은 김 대통령을 지탱해준 힘이 되었다. 어느 종교를 믿는 누구라도 비슷할 터이지만 특히 김 대통령의 일생에서 종교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 같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김 대통령의 기억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김 대통령 연배의 사람들에 비하면 정신적으로 총기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80세 노년에도 공중 샤워장에서 젊은이들 곁에 다가가 몸매를 겨루어보고 싶어 할 정도로 ‘몸짱’일 수 있는 진짜 이유인 듯하다.

 

정신적으로 평화롭고 건강하기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이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면 지나친 역설일까? 사실 김 대통령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기질이 강한 사람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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