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조는 조선을 세우고, 한양으로 천도한 뒤 궁궐을 지은 다음 정도전(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학자, 호는 삼봉)에게 이 궁궐의 이름을 짓기를 명했습니다.
정도전은 ‘시경’ 대아편에 있는 ‘술에 실컷 취하고, 덕(德)에 배가 불렀다. 훌륭한 사람, 만년 동안 큰 복(景福)을 누리리라’하는 노래에서 ‘경복’이란 글자를 따와 궁궐의 이름으로 짓습니다. 그러면서 태조에게 이런 청을 잊지 않습니다.
“공자께서 쓴 춘추(春秋)를 보면 백성의 힘을 중히 여겨 건축하는 일을 삼가라 하였습니다. 어찌 임금이 돼 백성의 노력을 빌려 자신의 안락만을 취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하오니 앞으로 이 넓은 궁궐에 거처하실 때에는 가난하게 사는 선비들을 감싸주고 보호할 것을 생각하시고, 여름이 돼 집안에 서늘한 기운이 돌거든 어떻게 하면 온 백성에게 이 서늘한 기운을 골고루 베풀까를 생각하십시오.”
-삼봉집(三峰集) 中에서-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