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 하대마을 故 최야무 할머니 전재산 희사
구례군 하대마을 故 최야무 할머니 전재산 희사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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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성실 이웃사랑 큰 뜻 기려 매년 추모제

전남 구례군 광의면 대전리 하대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5월 17일이 되면 주민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뜻 깊은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 추모행사는 평생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모은 전 재산을 마을에 희사한 뒤 지난 2001년 세상을 떠난 최야무(崔也武·사진)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자리다.

 

5월 17일은 바로 최 할머니의 기일. 마을 주민들은 할머니의 기일에 맞춰 고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최야무 할머니의 마을 사랑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나이에 친정과 가까운 하대마을로 시집 온 최 할머니는 슬하에 자녀는 없었지만 남편과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할머니 나이 40대 중반, 부군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홀몸으로 살아야 했던 최 할머니는 일제시대와 6·25전쟁, 여수 반란사건 등 격동의 현대사를 겪으면서도 막노동과 날품팔이 등 온갖 궂은일을 이겨냈다.

 

여자의 몸으로 고난의 시대를 극복하고 생계를 꾸리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만 최 할머니는 성실하고 근면한 성품으로 열심히 돈을 모아 논 1200평을 마련할 수 있었다.


최 할머니는 평생 고생해 마련한 1200평의 논을 1985년 마을에 희사했다. 친정 조카들이 한 마을에 살고 있었지만 더 큰 뜻에 써 달라며 전 재산을 아무 망설임 없이 마을주민들을 위해 선뜻 내놓은 최 할머니. “제삿날이나 잊지 말아 달라”는 소박한 부탁이 전부였다. 마을 사람들은 최 할머니의 선행에 감동 할 수밖에 없었다.


슬하에 자녀가 없던 최 할머니는 사후 마을사람들에게 폐 끼칠 것을 염려해 장지 50여평과 장례비용이 들어 있는 통장을 미리 마련해 전달하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1991년 마을회관 신축 공사 때 최 할머니가 기증한 논 가운데 200여평을 매각해 공사 대금에 보탰다. 나머지 1000평은 마을재산으로 등록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 할머니는 지난 2001년 5월 17일 향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할머니를 잊지 않고 유언에 따라 매년 5월 17일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할머니의 선행은 마을 사람들에게 근면성실과 이웃사랑에 대한 뜻 깊은 교훈으로 남겨졌다.


한상모 노인회장은 “친정 조카들이 이 마을에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을을 위해 선뜻 전 재산을 희사한 것에 주민 모두가 감동했다”며 “할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티 없이 맑고 밝게 살아가신 분’이라는 비문을 새겨 비석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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