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당당하려면 잘못하지 말자
[심천칼럼] 당당하려면 잘못하지 말자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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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에 생각나는 시원한 시 한편을 소개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나옹화상)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자시절에 쓴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휘말리고, 대학 연구소의 연구용역 수행을 놓고 관행이니 아니니 의견들이 분분했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해오던 잘못 조차도 덮을 수 없었다는 분위기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어느 나라는 한때 고위 공직자를 부정과 비리가 없는 유능한 사람들로 물갈이를 한 적이 있었다. 이름깨나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여지없이 내쳐졌다. 새로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하지만 국민경제발전 수준이 낮은 그 나라의 유능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과 비리, 혹은 비위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었다. 고위 공직자 후보 물망에 올랐다가 감옥에 가거나 집안망신을 당하고 부적격자로 낙인찍히기 일쑤였다. 나중에는 이 나라에 고위공직자감이 없다고 한탄을 하는 지경에 이르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대학교수 출신은 교육부총리 같은 고위 공직에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과거의 관행으로부터 누가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솔직히 학계나 정치계, 경제계 등 우리 사회가 그 관행이라는 윤활유가 있어서 삐걱거리거나 멈추지 않고 돌아간 면도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앞으로는 고위 공직자의 신상정보가 지금보다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누구의 휴대폰에 의해 사생활이 포착될지 모르고, 과거의 부정과 비위에 대한 기록이 누구의 인터넷 파일에 저장돼 있을지 모른다. 교육 부총리가 물러난 뒤, 인재를 발탁할 때마다 어쩌면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사회적인 탄식을 할지도 모른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는 법이니 말이다.


지난 8월 1일, 국회 교육위에서 있은 교육 부총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추궁이 그래서 무디었는지도 모른다. 따가운 눈총을 받은 부총리의 답변과 해명도 그래서 오히려 예리했다. 누가 보아도 완승을 한 것 같았다. 한명숙 총리도 ‘그쯤 했으면 충분히 해명이 된 듯하다’ 했다. 국민이 보기에도 참으로 말 잘하는 똑똑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만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국민의 감정은 싸늘했다. 한마디로 국민의 동정심, 아량을 전혀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몇 번의 부적절한 언행을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정심을 기대할 처지가 아니었지만 노년 세대가 보기에는 그래도 승부에 너무 연연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관행이라도 잘못은 잘못이다. 범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젠 사회의 잘못된 관행들을 서서히 정리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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