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변화다’
‘늙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변화다’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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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살아가다 늙어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생명의 노정으로 수용한다.

 

특히 늙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 각 부위와 장기의 위축으로 인한 실질조직 크기의 감소와 형태적 변화 뿐 아니라, 심, 폐, 뇌기능의 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키도 작아지고, 몸무게도 줄어들고, 근육이 감소하고 뼈가 약해지며, 운동량이 줄어들고 기억력이 감소되는 등 노화과정의 변화는 그대로 ‘노쇠’(老衰·senescence)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노화를 보는 시각은 비가역적이고(irreversible), 불가피한(inevitable) 피할 수 없는 일방통행적인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이나 환경적 손상요인에 의한 숙명적인 결과라는 결정론적 관점이 주종을 이뤄 왔다.

 

그러나 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노화현상을 결정적으로 초래하는 노화유전자(gerontogene)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텔로미어’를 비롯한 여러 분자들이 관련지어 거론되면서도 아직도 명료하게 노화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본 연구자의 실험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는 노화에 대한 전연 다른 지견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젊은 세포와 노화세포를 대상으로 독성자극을 주어 반응을 비교해 보았다. 저강도에서 젊은 세포는 반응을 하나 늙은 세포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강도의 자극을 주었을 때 젊은 세포는 반응하다가 죽어버렸으나, 늙은 세포는 반응이 낮은 대신 죽지 않았다. 한편 세포수준이 아닌 개체수준에서 세포독성 화학물질을 복강에 투입해 간조직내 세포손상을 비교한 실험에서도 젊은 동물보다 늙은 동물의 간조직의 세포사멸지수가 현저하게 낮았다.

 

이런 변화는 종래 노화를 죽음의 전단계로 이해했던 관점을 정반대로 바꾼 현상으로 오히려 늙은 세포, 늙은 동물이 외부의 강한 독성에 높은 생존력을 보였다. 즉 노화란 죽음의 전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초래되는 적응적 변화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명체에서 수명이 가장 긴 것으로 알려진 브리슬 콘 소나무(bristle cone pine)가 네바다 사막의 험한 지형에서는 5000년 이상을 사는데, 기후가 온화하고 습도가 좋은 지역에서는 300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실에서도 생명체의 생존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노화라는 표현형질로 노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노화의 개념은 살다가 죽어가는 과정에 당연하게 초래되는 현상이 아니라 생명체의 생존 노력에 의한 거룩한 현상임을 새롭고 분명하게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노화종적 연구는 노화연구의 백미다. 미국에서 일반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추적 조사한 대표적인 연구가 ‘볼티모어 노화종적관찰연구’(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n Aging)인데 이 연구 성과의 가장 중요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마다 노화되는 속도가 다르다. 둘째, 같은 사람 내에서도 장기마다 조직마다 노화되는 속도가 다르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즉 사람이 노화되는 것은 유전자와 같은 결정적 요인보다도 환경적·생태적·사회적 요인에 의해 심대하게 영향 받고 있음을 가르쳐 주고 있다.


특히 백세인과 같은 초장수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이런 연구결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백세 넘도록 장수하신 분들 중 상당수가 일흔, 여든 넘은 자식세대의 어르신들보다도 더욱 능동적이고, 건강하며 적극적인 생활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의 검사소견에서 별다른 질병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우며, 유전적 특성에 있어서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 공통점이 적다. 이런 사실은 바로 백세장수란 여러 가지 어려운 사회적·문화적·환경적·의학적 역경에서 살아남은 결과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백세인들은 언제나 적응하여 중용을 지킨다’(隧時處中)는 옛 진리를 체득한 사례들로 인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즉 노화란 생명체가 죽어가는 과정에서의 숙명적인 변화가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진지한 노력에 따른 환경적 자극과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적응해 나가는 반응적 관점(Responsive view)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늙었다는 이유로 버리거나 포기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으며, 또한 늙었다는 이유로 교체해야 한다는 바꾸기 원리(Replace Principle)에 의한 대응은 적절하지 못하다.

 

노화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생명체의 노화현상이 반응과 적응의 결과임을 감안할 때, 그런 현상의 본질적 요인이 불가피하거나 비가역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이해해 노화를 지연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의 노화제어원리를 고치기 원리(Restore Principle)라고 정의하며, 이 원리를 바탕으로 노화현상을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백세건강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즉 노화라는 개념을 종래의 제한된 계대에 의한 시간적 종속 개념이 아니라 시공간을 확대해, 비가역적·필연적·보편적 퇴행성 변화가 아닌 회복하고 예방할 수 있는 선택적 변화로 인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연령의 증가를 이유로 개체기능의 회복이 불가능하게 저하 되었으리라는 통념을 배제하고, 선택적 노력에 따라 진정한 기능적 장수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이제는 분명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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