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가양3동, 겉도는 복지정책 ‘업무 폭주’로 짜증
서울 강서구 가양3동, 겉도는 복지정책 ‘업무 폭주’로 짜증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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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서울 강서구 가양3동사무소 직원 김병완·윤찬진씨와 함께 이 지역 저소득층 주민들이 밀집한 영구임대아파트를 찾았다. 복지 담당 동사무소 직원들의 일상을 통해 저소득층 어르신들의 복지 현실을 엿보기 위한 동행이었다.

 

일선 동사무소 직원들은 중앙정부로부터 과도하게 쏟아져 내려오는 각종 정책과 업무를 ‘깔때기 현상’이라고 불렀다. 주둥이는 넓지만 출구는 좁은 깔때기가 복지현실을 상징한다고 했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각종 정책은 가뜩이나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현장 담당자를 괴롭히고 있었다.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가양3동에는 전체 노인 2000여명 가운데 독거노인이 460명(23.0%), 특히 저소득층을 포함한 기초생활수급자는 525명(26.3%)이나 된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의료급여수급자나 독거노인이 4명 중 1명이나 되는 셈이다.

 

가양3동사무소에서 어르신들을 담당하는 직원(사회복지사)은 모두 6명. 1명 평균 150여명의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들을 돌봐드려야 한다.


이들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체크하는 것도 담당공무원들의 몫이다. 어르신 대부분은 글을 읽지 못하고, 읽는다 해도 설문지 단어가 너무 어려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체크해야 한다.
가양3동사무소 직원 윤찬진(35)씨가 어르신 한 명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여분.

 

담당공무원 1명이 150여명의 어르신들을 체크해야 하니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다. 어르신 1명당 10분씩만 잡아도 150여명이면 25시간을 일해야 한다. 설문조사 외에도 갖가지 업무가 산적해 항상 쫓기듯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찬진씨는 “일선 복지담당자들의 인력난은 케케묵은 불만이어서 더 이상 거론도 되지 않는다”며 “부족한 예산 탓에 인력난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차라리 기대를 갖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속편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과 얼굴을 맞대는 동사무소 담당공무원의 하루는 고달팠다. 중앙정부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는 각종 정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인력과 예산, 시간 등 열악한 환경에서는 ‘슈퍼맨’이 돼야 한다.


윤씨는 “상급기관이 쏟아내는 정책들이 동사무소 담당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깔때기 현상’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중앙정부 각 부처가 시달하는 정책들이 마치 깔때기를 통해 쏟아지는 물처럼 한두 명의 담당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꼬집는 것이다. 구청이상 상급 단체는 사회복지과, 가정복지과 등 그나마 담당 분야가 나뉘어 있지만 동사무소의 경우 ‘복지’라는 말만 들어가면 노인, 장애인, 아동, 청소년 등 계층에 상관없이 모든 업무가 복지담당자들에게 주어지고 있다.


어르신들을 관리하는 업무만 해도 기초생활수급자 관리, 경로당 관리비 정산, 교통지킴이 어르신 관리, 자원봉사, 장재급여 관리 등 수십여가지에 달한다. 이밖에 회계는 물론 상담 등 갖가지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윤찬진씨는 “기초생활수급자 관리만해도 단순한 업무 같지만 선정부터 관리단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야 한다”며 “소득재산조사, 부양의무자 조사, 기준적합, 책정, 관리 등의 절차가 따른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직접 접하며 듣는 불만처리도 동사무소 직원들의 몫. 그러나 제도와 현실이 맞지 않아 쏟아지는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윤씨는 “자녀들에게 부양받지 못하고 일정한 소득 없이 종이박스 등을 모아 근근이 살아가는 어르신들 중에는 돈을 버는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비현실적인 기준에 따라 차상위계층에 있는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양3동 이재민(54) 동장은 “독거노인 등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가 절실하지만 정부 정책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예산도 문제지만 어르신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정책이 거의 없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사무소 직원들과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정부가 노인들을 위해 예산도 늘리고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죄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며 “노인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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