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지도자가 잘해야 나라가 된다
[심천칼럼] 지도자가 잘해야 나라가 된다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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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먼 막사이사이 전 필리핀 대통령을 기려 1958년에 제정한 막사이사이상.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필리핀의 지금 국력으로 막사이사이상을 시상하는 것이 과연 의로운 일인가. 한 달 소득이 우리 돈으로 2만 2000원이 안 되는 극빈층이 총 인구의 35%에 이르는 자국 내의 빈곤을 보면 사치스럽다는 얘기다. 이 상을 폄하하자면 필리핀이 한 때 일본에 이어 아시아의 두 번째 선진국이었던 옛 영화(榮華)를 떠올리게 하는 희미한 잔영일 뿐이다.

 

UN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하고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는 우리나라를 위해 경제적인 도움도 줄 정도로 잘 살던 필리핀이었다. 두 차례에 걸친 피플 파워, 즉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바꾼 민주주의 역사도 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필리핀의 피플(국민)들은 아직도 불만투성이고, 빈곤하다. 자신들의 뜻대로 정권을 바꿨지만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필리핀을 이끈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부정부패 등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도 있었을 터이지만, 무엇보다도 두 번의 피플파워가 성공하는 동안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마법에 지도자들이 의존한 것이 컸던 것 같다. 포퓰리즘은 ‘언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정치 지도자에게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필리핀과 유사한 경로를 걷지 않을지 걱정하는 것은 나이가 든, 산업화 시대를 산 사람들만의 걱정일까.


우리 사회의 주요 갈등으로 꼽히는 노사문제, FTA, 스크린쿼터 등을 보자. 유럽 같은 선진국형 사회갈등이라고 믿지만, 자꾸 중남미나 필리핀이 생각난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국가경제 발전을 볼모로 삼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현 정권과 여당은 친 노동자, 친 농민, 친 중소기업인, 친 중산층을 자임한다. 그러니 어려울 것이다. 이 때가 아니면 챙겨줄 기회가 없다고 보고 갈등 상황에서 관대하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쉽다.

 

혹, 그런 의지가 있다면 안 된 얘기지만 고마워하기는커녕 원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필리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의 여러 나라가 그랬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낙오한 국가가 됐다.


모름지기 정치 지도자는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는 현명한 어머니와 같아야 한다. 훗날의 행복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는 고통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기억한다.


최근 극심한 시위나 파업을 하는 경우 시민들의 빈축을 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필리핀, 태국, 아르헨티나나 중남미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처럼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혹 마법에 걸려 있다면 헤어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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