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생과 성취의 시기
제3인생과 성취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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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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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생’(The Third Age)이라는 말은 1968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제3인생대학’(The University of Third Age)이라는 이름으로 대학과 연계한 노인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말이다.

 

제3인생대학 모델은 1970년대에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영국에도 전해져 1981년 케임브리지에 제3인생대학이 설립되었다.


제3인생대학이 영국에서 1980년대에 널리 확산되면서 제3인생은 서구사회에서 인생의 건강한 노령기를 일컫는 말로 이해되고 있다.

 

제3인생이라는 말은 그저 건강한 노년기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되었을 뿐이고 일생의 단계를 제1인생, 제2인생, 제3인생으로 나누는 의미에서 제3인생이라는 말의 의미는 없었다.

 

일생의 단계로서 제3인생과 그 의미가 확실하게 인정된 것은 1989년에 영국의 유명한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이 ‘인생의 신선한 지도’(A Fresh Map of Life)라는 그의 저서에서 일생을 제1·2·3·4인생으로 구분해 각 인생의 특성을 제시한 이후부터이다.


라스렛은 인생을 4단계로 나누어 제1인생은 의존·사회화·미성숙과 교육의 시기로, 제2인생은 독립·성숙·책임·벌이와 저축의 시기로, 제3인생은 개인적 성취의 시기로, 제4인생은 의존·노쇠와 죽음의 시기로 그 의미를 부여했다. 제3인생은 바로 퇴직 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별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는 시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인생에 있어서의 성취도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제2인생에서 가능하지 제3인생에서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하나 그렇지 못한 면이 더 크다.

 

제2인생까지는 인생을 계획하여 실천하거나 바라던 대로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즉 어쩌다 보니 그 일을 하게 되었고, 먹고 살기 위해서, 처자식을 위해서 등등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이 바라고 원하던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성취는 소위 말하는 출세와는 다른 것이라 생각한다. 성취는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를 얻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자기 능력과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한 여생 계획을 세우고 인생의 경험과 지식을 다시 활용하는 것이다. 또 새로 배우거나 노력하여 여생의 계획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남아 있는 시간은 실로 소중하다. 남은 시간이 얼마든 건강과 능력,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 소중한 시간 동안 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계획해 그것을 무리 없이 이루어 내는 것이 바로 성취가 아니겠는가? 뭔가 해야겠는데 ‘이제는 늦었고, 나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심리학자 에릭슨(Erikson)이 말한 것처럼 인생을 초조와 절망 속에 빠뜨리고 말 것이다.


제3인생을 성취의 인생으로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는 바로 배우는 것이다. 제3인생이라는 말이 제3인생대학의 설립과 더불어 생겨난 것을 생각하면, 제3인생에서 배움은 가장 중요한 성취의 수단이 된다.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고 핑계 삼을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방송통신대학도 좋고, 사이버대학도 좋고, 노인대학도 좋고 독학도 좋다. 어떤 방법으로든 배움은 제3인생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과 태도로 배우고 원하는 것에 대한 계획을 세워 여생의 시간을 잘 관리하면 제3인생은 성취의 인생이 될 수 있다. 이런 태도는 결국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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