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기의 성공조건
일자리 만들기의 성공조건
  • 관리자
  • 승인 2010.02.05 11:15
  • 호수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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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매년 정치권 인사들이나 정부관료들이 자주 올리는 단어가 일자리 만들기다. 하지만 역대정권의 일자리 만들기는 대부분 희망근로사업처럼 국민세금으로 메우는 단기일자리였고, 그 결과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었다. 이제 정부도 실질실업자가 340만명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의 중점과제로 일자리 만들기를 잡고, 매월 고용전략회의를 하겠다고 나섰는데도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부작용이 큰 희망근로사업을 고치기는커녕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 몇 개월까지 일자리 만들고 끝날 게 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역대정권이 실패한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이번에도 되풀이된다면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실효성 있는 일자리 만들기 실패는 한국경제의 고질병을 치유할 길이 없고, 앞뒷집에 그냥 쉬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 빈부격차와 장기적인 내수침체가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자리 만들기 정책의 실패요인을 제대로 짚어보고 정책방향과 내용을 정확하게 잡아야 한다.

그러면 정말 일자리 만들기는 어렵고 고용 없는 성장이 어쩔 수 없는 추세인가.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로 일자리는 증가할까. 규제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험이고,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은 대기업 중시정책을 지속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 만들기는 가능하고, 얼마든지 가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첫째로 구인란에 처해 있는 기업의 일자리 문제다. 필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 안산시화공단의 실업과 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대책으로 현장밀착형 실업대책을 세워 추진한 적이 있었다. 실업자 훈련과정에 4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중소기업취업률도 90%를 넘어섰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을 전부 결합시켜 구직자와 구인자 간의 30만원 가량의 임금차와 작업환경, 주택 등 생활조건 차이를 해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현장밀착형 실업대책은 동행면접 등 업무량 증가를 이유로 노동부가 기피하고 내용 없는 홍보에만 열중했다. 결국 정책책임자들의 책상서랍에 묻혔고, 노무현 정권도 임기 중반에 잠깐 관심 있는 척 하다가 실종되고 말았다.

관계당국이 구체적인 조건을 파악해 사용가능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해결해 나가면 구인난을 즉각 해소할 수 있다. 최근 병원, 요양시설 등에서 간호사, 조무사, 복지사의 수용도 증가하고 있으므로 20만명 이상의 일자리는 바로 공급될 수 있다.

둘째, 정부의 기존제도가 미비해서 국민요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한 분야, 예를 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장보육시설 확대, 지역과 공단 내 공공보육 확충,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영유아 2원 체계를 정비해 의무화하고 10만명 당 1개 보건소 신설, 노인요양시설 입소자격 완화, 선진국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의료인력 공급 확대, 전통의술의 제도화, 원어민을 수입할 것이 아니라 영어전공자의 훈련을 통한 영어교육수요 충당 등 서비스 분야에서만 3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셋째, 수입대체를 통한 국내 일자리 확보는 부품 소재 분야와 바이오사업 등에서 11조원이 넘는 자금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성과는커녕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유착구조 등 겉돌고 있는 요인을 제거해야 효과가 나올 수 있다.

태양광, 풍력, 축산분뇨와 음식쓰레기 등을 결합해 에너지와 비료를 만들어내는 녹색사업 등에서 일정한 국산화비율을 맞출 경우에만 정책자금이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

매년 수조원의 재정이 지출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의 약품도 국내생산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는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각국이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국내산업 진흥정책을 참고해 활용하면 된다.

또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 투자확대를 권유했다고 해서 국내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이유가 없다면 기업들이 투자할 리가 없다. 그것보다는 고용확대를 할 경우에만 감세 등의 조치를 조건부로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

고용전략회의를 매월 개최하게 되면 분명 지지부진한 일자리대책의 문제점도 드러날 것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실업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현실인식과 문제의식, 숫자맞추기 관행 등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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