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오복(五福)을 갖추었나
나도 오복(五福)을 갖추었나
  • 관리자
  • 승인 2006.09.0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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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에서는 인간의 오복을 서경(書經)의 홍범(洪範)편에 나오는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 다섯 가지로 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망할만한 복으로 서양에서도 이쯤 갖춘다면 한 인간으로 행복하게 일생을 살았다 할만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집을 지을 때 얹는 대들보에 오복을 갖추기를 소망하여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라 쓰기도 했다. 개문오복래(開門五福來) 또는 춘도만복래(春到萬福來) 등을 입춘 때 즐겨 써 붙인 것도 그래서였다.

 

규수가 베갯잇 옆면에 ‘壽福(수복)’자나 ‘부귀다남’(富貴多男)을 수놓은 것이나 생활용구에 ‘壽福’을 새겨 넣은 것도 다 오복을 소망하는 표현이었다.

핵가족화되고 과학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오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자.

1.수(壽)
수(壽)는 오복 중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수명을 일컫는다. 누구나 오래살고 싶어 하는데, 과학이 발달하여 오늘날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이 80세 가까이 될 정도이니 이만하면 복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요절을 하고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경우도 있다. 윤봉길 의사는 25세, 안중근 의사는 32세에 순국했다. 그들의 삶이 남을 위해, 국가를 위해서 보람 있게 살았기에 짧은 삶이지만 만인의 숭앙을 받으며 가슴속에 오래 살아남아 있다.

 

그러니 물리적 생명의 길고 짧음으로 복 받은 삶이니 아니니를 속단하는 것은 무리다. 수명도 결국은 과분무구(過分無求)다. 즉 분에 넘치는 것을 구하지 말라는 옛 말씀대로 수(壽)의 장단(長短)도 각자의 인생의 의미와 보람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

2. 부(富)
부(富)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부귀재천(富貴在天)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늘이 이미 정해 놓았기 때문에 바라는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마음대로 부귀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기마욕솔노(騎馬欲率奴)라고 말 타면 종을 두고자 하고, 등롱망총(燈籠望蜀)이라고 농나라 땅을 얻고서도 촉나라를 탐낸다는 고사처럼 수 천억대의 큰 부자이면서도 불만족하다고 허덕거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 오복 중 부는 욕심이다. 굳이 수 천억대의 부를 누리지 않아도 불편함이 없으니 웬만하면 복받은 세상이라 할만 하다는 말이다.


대부유명(大富由命) 소부유군(小富由勤)이라는 말도 있다. 여기서 명(命)은 천명(天命) 혹은 운명이란 의미다. 근(勤)은 근면(勤勉)을 뜻한다. 따라서 작은 재산은 근면에 의해 얻어진다고 하니 우리 소시민은 비록 작은 것이라도 누리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 강녕(康寧)
강녕(康寧)은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게 사는 복이다. 소복강녕은 장수하면서 복을 누리며 몸이 튼튼하고 편안함을 일컫는 말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이것은 극복되지 않는다. 사회적인 부를 축적하여도 해결이 안 되는 것이 강녕의 문제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문명화되어서 질병의 위험이 줄고 아픈 데도 없이 더 오래 살게 됐지만 삶의 질이 옛날보다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성인병에 시달리고, 영양가 풍부한 패스트푸드가 오히려 비만의 원인이 되는 것이 그 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지금이 옛날보다 더욱 심하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자살률이 높은 것이 그 한 예다. 환경 공해는 또 어떤가.


건강을 잃어버리면 전부를 잃는다고 해서 건강실이실지전야(健康失而失之全也)라고 하지 않는가.

4. 유호덕(攸好德)
유호덕은 양덕(良德)·적선(積善)을 말한다. 예로부터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으로 선행하는 집안에서는 반드시 경사스런 일이 있고, 적불선지가(積不善之家) 필유여앙(必有餘殃)이라고 해서 불선을 쌓는 집에서 자자손손까지 반드시 재앙이 찾아오게 된다는 잠언으로 널리 알려져 오고 있다.


유음덕자필유양보(有陰德者必有陽報)라고 하여 음덕 즉 남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선행으로 베푸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분명한 보답이 있다고 했다.

 

오복 중의 4번째가 이것이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으로 덕은 결코 고립되지 않고 반드시 이해해주는 이웃 사람이 있게 된다.

 

오늘날 적선의 의미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 봉사하고 남을 돕고 장학(漿學)하는 일 등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돕는 일로 남다른 배려와 희생정신을 말한다. 현대적으로 가장 의미가 있는 복이라 하겠다.

5. 고종명(考終命)
고종명은 인간이 오래 살다가 유종지미(有終之美)로 인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생로병사의 순명(順命)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흔히 종천명(終天命)으로 제 명의 죽음을 말하는데 살다보면 불의의 사고 등 인재나 천재로 제 명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천원불우인(不天怨不尤人)은 어떠한 역경에서 팔자가 기박(奇薄)하다고 하늘을 원망하거나 세상 사람이 몰라준다고 탓하지 않고 나대로 살아감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 국민 평균수명 또한 자꾸 연장돼 고령사회화로 진입해 국가 사회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령의 노인을 서산에 지는 해에 흔히 비유하는데 이른 아침 동쪽에서 뜬 해는 낮 동안 중천을 지나면서 밝은 빛과 뜨거운 열을 쏟아내고 저녁에 서산으로 넘어가면서 해는 혼신을 다해서 하늘을 벌겋게 물들여 저녁노을로 장관을 이루지 않는가.

 

저녁 해는 노을을 남기고 하루를 마감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박동규 전 영북종고 교장·현 영북노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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