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또 하나의 광복절을 넘기며
[심천칼럼] 또 하나의 광복절을 넘기며
  • 관리자
  • 승인 2006.09.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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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아시아를 자극했다. 한국과 중국 등 태평양전쟁 피해국들이 극구 반대를 했음에도 지난 8월 15일, 주요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연미복 비슷한 차림으로 나타나 참배를 강행했다.

 

그러고는 한국과 중국이 항의하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슬며시 빙자하여 숨었다. 부시 대통령은 참배를 어른스럽게 받아들였는데, 한국과 중국은 안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을 끌어들였지만 일본도 떠들썩했다. 신사 참배를 공식적으로 반대한 자민당 가토 전 간사장의 집이 방화로 전소되고, 그 주변에서 어떤 사람이 할복자살을 기도하다 발견되기도 했다.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여론도 비등했다. 그런데도 선거 공약이라며 고이즈미 총리가 태평양전쟁 종전 기념일이자, 우리의 광복절인 8·15를 기해 심정을 상하게 한 것이다.


아무리 곱게 보려고 해도 그것은 어린애 같은 짓이었다. 그래놓고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른스러웠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가.


일본 안에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패권국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극우 세력만의 희망사항이 아니라는 것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펄럭이고, 우익단체들이 태평양전쟁 때를 연상하게 하는 퍼레이드를 하는 것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일본 언론이 야스쿠니 신사 앞에 진을 치고, 헬리콥터까지 동원하여 참배를 생중계 한 것도 딱히 반대하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이목 때문이 아니다. 일본인들이 그로 인해 고무되기를 바란 것이다.


어린애 같은 짓을 지켜보며 우리는 또 한 번의 광복절을 보냈다. 그날 무엇을 했는가. 우리 내부 사정도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8월 15일이 우리에게 어떤 날인가. 이날 진보단체와 보수단체가 서로 나뉘어, 행사를 했다.

 

그날 우리를 식민지로 통치했던 일본국의 총리대신 고이즈미는 야스쿠니 신사의 음침한 곳에 있던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망령들을 일깨우고 있었다. 이날만이라도 정파와 이데올로기에 구애됨이 없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노년세대는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아본 경험이 있다. 그런 어두운 시절에 비하면 우리 사회가 지금같이 넉넉하고, 배운 것 많고, 패기만만하고, 이성적인 때가 없었다.

 

야만적인 세계 패권을 꿈꾸는 우익들과 맞서 싸우는 양심들이 버팀목이 되는 일본도 건강하지만, 우리도 못지않게 건강하다. 월드컵 축구경기 때 보여준 응원 함성을 생각하면 솔직히 두려울 것이 없다.


8·15 같이 뜻 깊은 날에도 너그러워지지 못하는 협량을 경계한다. 그리고 이날만이라도 월드컵 때 한국팀을 응원하듯이 하나가 되기를 제안한다.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우리가 외칠 구호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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