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만남' 제대로 살아보자는 새출발
'황혼의 만남' 제대로 살아보자는 새출발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6.08.17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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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 더 이상 외롭지 않다

 

50대 이상의 재혼이 점차 늘고 있다. 수명연장으로 인한 고령인구가 늘어나고 황혼이혼이 증가함에 따라 황혼재혼이 자연스럽게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특히 혼자 외롭게 노년을 보내기 싫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적극적으로 배우자를 찾아나서고 있다. 게다가 부모의 재혼을 권유하는 자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보니 ‘황혼재혼’은 더 이상 몰래하는 사랑이 아니다.

지난달 재혼을 한 이모(56)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함께 일하던 아주머니의 소개로 권모(62)씨를 만나 8개월 만에 결혼 해 현재 신혼 재미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남편 없이 아들하나만 바라보고 살던 이모씨가 결혼을 결심한 것은 군대에 가 있던 아들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군(21)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파트 청소를 하시며 혼자서 자식을 키우신 어머니가 이제는 외롭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오랜만에 뵌 어머니 얼굴이 더 밝아 보여 이유를 물었더니 만나시는 분이 있다고 해서 결혼을 권유했다”고 재혼을 권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10년 동안 과부의 생활을 청산하고 ‘제2의 신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흔히 50, 60대의 재혼을 ‘황혼재혼’이라고 표현한다. 사별이든 이혼이든 나이 들어서 혼자 사는게 싫어 재혼을 한다.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마음 맞는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동거하는 경우도 많지만 정식적으로 인정을 받고자 결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첫 번째 결혼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제2의 결혼에서 제대로 살아보고자 하는 뜻에서다. 그러다 보니 점차 재혼이 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0년에 6,202명에 불과하던 50대 이상 재혼 인구가 2004년 1만9,868명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3년에는 2002년에 비해 2,300명이 증가하고 2004년에는 4,200명이 증가하는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 중 65세 이상 재혼도 2004년 기준으로 볼 때 10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들도 ‘황혼재혼’ 적극적으로 권유

과거에는 재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전통적인 가치관도 물론 배제할 수 없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식들의 반대였다. 다 늙은 나이에 홀로되신 아버지나 어머니가 결혼을 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거나 호적상의 문제, 재산문제 등 재혼에 따르는 갖가지 문제들로 자녀들이 노부모의 재혼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명연장과 황혼이혼이 늘면서 점차적으로 재혼의 인식이 변화를 가져 왔으며 자녀들의 의식 또한 변화 됐다. 이러한 현상은 핵가족화로 변화하는 사회상에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홀로된 어머니 혹은 아버지를 일일이 챙겨주지 못하는 현실과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보니 점차 자녀들 스스로 홀로 지내고 계신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재혼을 먼저 권하는 추세에 이르게 된 것이다. 

 


노인재혼정보업체 두리실버(www.durisilver.com) 김남수 홍보 팀장은 “본인이 직접 재혼을 문의해 오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재혼을 추천하는 경우로 그 추세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혼을 추천하는 대부분의 자녀들은 홀로계신 부모님이 남은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도록 하기 위해 재혼을 권유한다.


그러나 간혹 ‘홀로계신 부모를 모시기 싫어 재혼’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재혼전문업체 예가(www.yega-3040.com)의 ‘05년 재혼사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이모(43)씨의 경우 “시어머님이 사별한지 5년이 넘어 외로워하는 것 같다”며 재혼을 문의했다.

 

그런데 재혼조건에 ‘상대방 배우자와의 동거를 강조’해 목적을 의심한 상담사가 직접 시어머니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재혼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밝혀 결국 회원가입이 거부 됐다.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상담사와의 통화에서 이모씨의 남편도 함께 재혼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져 단지 시부모를 모시기 싫어하는 성향의 문제가 아닌, 늙고 힘없는 부모를 집안에서 퇴출시키려는 것으로 나타나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몸은 늙어도 성적 욕구는 아직도 ‘청춘’

그렇다면 점차 노인의 재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황혼재혼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 50대 이상의 나이는 일과 자녀교육의 의무에서 해방되는 시기이다.

 

즉 어느 때보다 여유롭기 때문에 취미 생활이나 여행과 같이 노년의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동반자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홀로돼 노년의 여유를 함께 누릴 동반자가 없으면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자연스럽게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 진다.

 

특히 몸이 아플 때는 동반자의 필요성이 매우 절실하다. 행여 자식들이 병간호를 한다 해도 짐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이 때문에 노년을 함께 의지해 나갈 동반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와함께 성적욕구를 떳떳하게 해소하고 싶다는 의견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남수 팀장은 “현재 회원으로 가입한 남성재혼의뢰자들 상당수가 성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배우자를 이상형으로 뽑고 있다”고 말하며 “대부분이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라 공개적으로는 표현을 하지 못하고 비공개로 배우자의 이상형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황혼재혼에는 성적욕구도 큰 이유로 작용한다.  

사회도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전통적인 관습으로 노인의 재혼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인식이 변하다보니 남은 여생을 외롭게 살아가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배우자를 찾아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 황혼의 나이에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따로 여생을 즐기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실버타운 등과 같은 노인복지시설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자식들에게 의존하던 가족상의 모습이 변화하고 사회모습도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황혼의 재혼을 가로막고 있다. 주변의 시선과, 재산상속, 호적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점점 황혼재혼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에 맞는 노인들의 재혼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노인들의 재혼에 따른 재산상속, 호적, 동거 문제 등 아우를 수 있는 노인 특별법을 제정해 재정·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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