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장과 시의회에 바란다
민선시장과 시의회에 바란다
  • 관리자
  • 승인 2006.09.0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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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눈이 많이 오는 날 딸이 서울 상계동에서 필자가 살고 있는 남양주시로 이사를 왔다.

 

게다가 같은 아파트 옆동인 호평동 대주아파트에 입주했다. 딸이 이사를 오게 되자 부모로서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어 이삿짐이라도 날라주려고 이사 한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파트 안은 너무나도 추웠다. 실내의 추위는 난방 기구를 가동하면 됐지만 욕실이나 베란다 등 난방이 안 되는 곳은 밖인지 안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추웠다.


거실과의 온도 차이가 거의 10도 가까이 났고 화장실은 겉옷을 입고 가야 할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샤워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관리실 화장실도 꽁꽁 얼어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었다. 마치 온 아파트가 얼음덩어리로 싸여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죽하면 아파트 입주민들끼리 주고받는 인사가 ‘추워’였다. 추위가 날로 심해지자 위생관이 동파돼 19층부터 지하실까지 생활하수와 오물이 흘러나왔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공사 때 사용하고 남은 자재와 쓰레기 등이 미처 처리되지 않아 눈보라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관리소는 주민 항의로 난장판이 되었다.


“사장 나와라, 사장 보아라…”


주민들의 거친 항의는 추위와 함께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와 추위가 풀리나 했더니 봄비가 내려 온 지하가 물투성이가 돼 발목이 잠기고 이곳저곳에서 주룩주룩 물이 흘러나왔다.

 

입구에는 황톳물이 그대로 흘러들어 마치 갯벌을 연상케 했다.


관리실 옥상 공간 주민휴식처라고 하는 곳 역시 패이고 굴곡이 생겨 어린아이들의 놀이공간이 아니라 위험지역이 돼 버렸다.

 

이에 입주민은 건설사에게 항의했으나 건설사는 보수해 주겠다는 말뿐이었다. 이렇게 많은 부실공사로 지어진 아파트를 준공허가 해 준 관청 시장을 찾아 수개월 동안 시위를 했다.


드디어 시공회사 책임자 및 시장이 38개 부분 하자 공사 부실 합의서를 작성하고 올해 여름 장마가 오기 전까지 다시 시공해 줄 것을 약속, 많은 인력과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현재 95%에 가까운 하자보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하자 주무부서인 주택과가 시장 아파트 발주허가 중도검사, 준공검사, 관공검사를 해 주었는지 의문이 든다.

 

만약 자기가 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부실하게 짓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한때 풀뿌리 민주주의를 찾는다고 지방의회를 법제도로 마련해 많은 국가 예산으로 시의회 건물을 신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작은 지방정부라고 시민들이 환영한지도 언 10여년.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시의회는 본 업무를 망각하고 지방정부 시녀 노릇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당시 호평동 대주아파트 시민이 몇 달째 시청광장 회의실에서 시위를 했으나 시 의장은 “우리의회와는 무관하다”며 “우리는 무보수 봉사직”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았다.


이렇게 시 의장은 수개월 동안을 변명으로 일관했다. 우리들은 분통을 가슴에 삼키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대궐 같은 시의회를 나와야했다. 시의회사무실을 나오며 ‘국가예산 낭비하는 곳이 이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 한 곳이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난 5월 31일 지방선거에 따라 새로운 시의회가 구성됐다. 지난해 시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이었지만 올해는 유보수 직이다.


국민들의 세금을 지원받게 된 만큼 이번에 새로이 선출된 의원들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참다운 민주 시의회 의원으로서 시민들을 대신해 지역기관의 예산낭비와 행정을 감시·감독하는 것이 자신들이 할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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