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총액계약제 “시급”vs“이르다”
건보 총액계약제 “시급”vs“이르다”
  • 연합
  • 승인 2010.03.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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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공론화에 의료계 반발

매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한도를 미리 정해 놓고 각 의료기관에 급여비를 지급하는 사전지불제도인 총액계약제에 대한 도입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가 격돌하고 있다.

◇건보공단 공론화에 의료계 반발 = 3월 22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의사의 의료행위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는 현 행위별 수가제를 총액계약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를 위해 올 11월까지 의료보장선진화위원회에서 총액계약제에 대한 정책안을 도출해 정부와 의료계 합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공단은 총액계약제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총 진료비 지불방식은 총액계약제로 하되, 유형별로 행위별 수가제를 인정해주거나 보너스 방식을 도입해 의료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같은 질병에 대한 진료비가 병원마다 4배까지 차이가 나는데다 약제비는 전체 진료비의 30%에 육박했다”며 “총액계약제 도입 논의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우리나라 의료비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며 총액계약제 도입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대변인은 “총액계약제를 실시하면 매년 재정을 예상에 맞지 않게 다 써버릴 경우 연말에는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생길 것”이라며 “현재 의료비 증가분은 과잉진료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총액계약제 도입을 공식화하면 당장 파업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정책 추진 권한이 없는 공단의 공론화 작업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올해 재정적자는 국고지원 인상, 재산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징수 등을 통해 재정수입을 늘림으로써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장성 강화 위해 재정안정화 필요” = 보건복지부는 공단의 총액계약제 공론화에 당혹해하는 분위기이다.

복지부는 1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 이후에도 2ㆍ3차 보장성 강화를 통해 2008년 기준 62.2%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총액계약제 논의가 이르다고 보고 있다.

총액계약제가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늘리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총액계약제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복지부와의 조율 없이 공단을 통한 논의가 시작되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논란이 수그러들기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공단과 학계는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총액계약제 도입을 통한 재정안정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사전지불제도인 총액계약제는 재정지출의 증가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재정지출한도를 전년도에 정해서 안정적인 재정운용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해도 보장성을 확대할 경우 사전에 총액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총액계약제가 보장성 강화를 저해한다는 논지는 복지부가 제도에 대한 기초공부조차 안된 탓”이라며 “오히려 총액제라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가입자들은 건보료 인상이 과잉진료비로 새지 않는다는 신뢰 하에 보장성 확대를 위한 건보료 인상에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그는 의료계 반발에 대해서는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의료비의 70%가 동네의원에 지불됐지만 현재 종합병원이 60~70%를 가져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질병을 분석해보면 80%는 동네의원에서 진료받아도 되는데 종합병원을 찾아서 과잉진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총액계약제를 통해 의원과 종합병원 간의 재정균형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액계약제란? = 이듬해 의원ㆍ종합병원 등 의료기관별 급여비를 정해놓고 총액 한도 내에서 건보재정을 지출하는 사전지불제도이다. 대만은 행위별 수가제가 재정부담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따라 1998년 총액계약제를 도입했다.

1998년 치과부문, 2000년 한방 부문, 2001년 의원부문에 도입했고 2002년 7월부터 병원부문으로 확대했다.

독일은 2004년부터 병원에 대한 포괄수과제를 기초로 한 총액계약 방식으로 진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 밖에 네덜란드, 프랑스, 캐나다 등 총액계약제를 도입한 나라에서는 의료비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총액계약제 도입 논란의 중심에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부담이 있다.

지난해 OECD 발표에 따르면 1998-2007년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율은 8.7%로 OECD 30개국 중 최고로 OECD 평균 증가율 4.1% 보다 크게 높다.

특히 건보공단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재정수지 안정을 위해 현재 보험료율 5.33%에서 2020년 7.90%, 2030년 11.8%로 인상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2013년까지 집행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까지 감안하면 더 높은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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