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들보다 고마운 이웃들 vs 짐승만도 못한 자식들
친아들보다 고마운 이웃들 vs 짐승만도 못한 자식들
  • 장한형
  • 승인 2006.09.04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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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2000명에 삼계탕 대접…영화 ‘공공의 적’ 현실로

마을 어르신 2000명에 삼계탕 끓여주는 '효심'

 

재산을 노리고 잔인하게 부모를 살해한 아들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붙잡힌다는 내용의 영화 ‘공공의 적.’ 영화 같은 현실이 사건으로 불거지는 등 최근 부모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친아들 못지않은 선행으로 어르신을 극진히 모셔 희망을 이어가는 이웃들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남 김해시 내외동에서 삼계탕 식당을 운영하는 김승태(49)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지역 내 70세 이상 어르신들을 초청해 삼계탕을 대접해 칭송이 자자하다.

 

김씨는 김해시 내외동과 북부동 일대에 거주하는 어르신 2000여명에게 초청장을 발송했고, 초청장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삼계탕 500인분을 더 준비했다.

 

김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께 다하지 못한 효도를 대신하고자 2003년부터 해마다 여름철이면 어르신들을 모셔온 것으로 밝혀져 감동을 더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 청천2동 덕수갈비 식당에서도 지난달 22일 6·25참전유공자 회원 등 어르신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삼계탕 파티’가 벌어졌다.

 

덕수갈비 김오곤 사장이 자비로 푸짐한 삼계탕과 다과를 준비해 어르신들을 초정한 자리였다.


김 사장은 평소 독거노인 집수리나 밑반찬을 전달하는 등 관공서에서도 신경 쓰지 못하는 일을 홀로 묵묵히 해온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경남 남해군 미조면에서는 같은 지역 팔랑마을 출신 박봉렬(62)씨가 보내온 4단 접이식 지팡이 800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에서 ‘광건티엔씨(주)’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미조면 향우회장도 역임하며 남다른 애향심을 갖고 어르신들을 공경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힘든 농사일에 굽은 허리로 힘들게 걷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지팡이를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형제간 재산 다툼에 부모 동사시킨 혐의 '패륜아'


이처럼 이웃들의 선행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재산만 노리고 폐륜을 일삼는 자녀들이 경찰에 적발되는가 하면 부모와 자식간 송사로 이어져 가슴을 아픈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창원지방법원에서는 일흔을 넘긴 아버지가 40대 아들 부부를 상대로 빌려간 돈을 갚으라는 민사소송을 내어 승소 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아버지 A(71)씨는 큰 아들 B(42)씨를 위해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 대학공부를 시켰다.

 

지난 1995년 아들 B씨가 돈을 요구해 A씨는 이웃으로부터 800만원을 빌려 줬고, 이것이 시작이었다.

 

2000년에는 사업자금을 요구, 밭을 팔아 1000만원을 빌려줬고, 2004년 3월에도 주택구입 자금 2000만원을 요구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잡혀 빌려줬다.

 

아버지 A씨는 지난해 10월 돈을 받으려고 아들집을 찾아갔다가 며느리로부터 심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


결국 아버지 A씨는 “자식으로서 모든 인연을 끊었고, 아들에게 빌려준 3800만원을 돌려받고자 한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재판부는 아버지 A씨의 손을 들어주었고, 아들 B씨는 빌린 돈 3800만원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이보다 더 극악무도한 사건도 있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0일 찾아온 부모를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 두고 방치해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업체 대표 D(47)씨를 구속했다.


아들 D씨는 지난해 12월 30일, 각각 81세 78세인 노부모를 1주일만 모셔달라는 형의 부탁을 받았으나 차디찬 골방에 들인 뒤 냄새가 난다며 창문을 열고 보일러 전원과 전화선을 뽑은 뒤 출입문을 잠그고 집을 비워 아버지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부부는 일주일이 지난 1월 5일 경비원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버지는 지난 3월 숨졌고, 어머니는 치료를 받다 최근 퇴원했다.

 

D씨는 누나의 고소와 의식이 돌아온 어머니의 진술에 따라 구속됐다. 경찰 조사결과 아버지의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들의 갈등이 이 같은 참극을 부른 것으로 밝혀졌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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